풀꽃이야기 109 / 천마 그날은 하늘이 비를 머금었습니다. 맑은 듯 흐린 듯 가끔씩 비를 쏟아붓기도 했지요. 앞서 안내를 하는 분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뒤따르는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호기심과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저쪽으로 가면 천마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 갑자기 터져 나온 외마디 소리, '아! 없어졌다. 어떻.. 풀꽃이야기 2011.08.01
풀꽃이야기 108 / 네귀쓴풀 뿌리가 쓰다고 쓴풀이요, 꽃잎이 넉장이라고 네귀쓴풀이라고 합니다. 한국에는 쓴풀, 자주쓴풀, 네귀쓴풀, 대성쓴풀, 개쓴풀, 큰잎쓴풀 여섯 종류가 자생하고 있으며, 이들 중 꽃잎이 넉 장인 것과 다섯 장인 것이 있네요. 차례로 찾아보니, 꽃잎이 넉 장인 것은 네귀쓴풀, 대성쓴풀, 큰잎쓴풀이 있고요.. 풀꽃이야기 2011.07.31
풀꽃이야기 107 / 거지덩굴 옆집에는 거지 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매일 아침마다 거지 옷을 입고 쪽박을 들고 구걸하러 나갑니다. 그들은 날마다 따뜻한 밥을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식구들에게 보라는 듯이 문을 활짝 열어놓고 식사를 했습니다. 반면에 우리 집 식구는 모두가 다 이른 아침부터 밤이 늦도.. 풀꽃이야기 2011.07.26
풀꽃이야기 106 / 으름난초 지난 가을이었지요. 하늘이 맑고 고운 날, 지금은 육지로 가버린 친구와 카메라 하나 들쳐메고 오름 탐사를 했습니다. 막연하게 알고는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비탈길을 더듬으면서 이곳 저곳 헤매는 중에 으름난초의 붉은 열매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의 흥분과 설렘을 고이 안고, 내년에는 꼭 다시.. 풀꽃이야기 2011.07.19
풀꽃이야기 105 / 닭의난초 6월의 중순 어느 날 남쪽나라에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인심이 흉흉해지고 감정이 거칠어지면서 격한 언어들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이럴 수 있느냐! 사진을 찍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느냐고 했지요. 앞으로는 무슨 꽃이 어디에 피어있느냐고 물어보지도 말고, 알려주지도 말아.. 풀꽃이야기 2011.07.17
풀꽃이야기 104 / 산제비란 나도제비란이 있으면 반드시 원형이 되는 제비란이라는 것이 있겠지요. 어찌 생겼을까 궁금했습니다. 만날 기회가 있을까, 언제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그러면서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귀한 것도 흔한 것도 인연이 닿아야 만날 수 있으려니 이렇게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의외로 쉬운 .. 풀꽃이야기 2011.07.10
풀꽃이야기 103 / 나도제비란 한라산 높은 길을 타박타박 걷고 있을 때 발 아래 작고도 앙증맞은 꽃이 보였습니다. 그냥 쓰윽 지나치면 볼 수 없고요, 조심해서 살펴보면 손가락 한 마디 높이의 풀꽃이 다소곳이 머리를 숙인채 연분홍의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어느 누구도 눈여겨 보는 것 같지 .. 풀꽃이야기 2011.07.10
풀꽃이야기 102 / 갈매기난초 멋을 아는 사람은 겨울 바다를 좋아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혼자 걸음으로 겨울의 바다를 찾아가면 찬 바람에 철썩거리는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고, 회백색의 갈매기들만이 우르르 우르르 몰려다녔지요. 심심해진 사내는 바닷가의 조약돌 하나 집어들어 휑하게 던져 본 후 머쓱해진 마음으로 집으로 돌.. 풀꽃이야기 2011.07.07
풀꽃이야기 101 / 옥잠난 옥잠, 옥잠란, 옥잠난초.... 참 이쁜 이름이지요. 오뉴월 숲 침침한 그늘 아래 약간의 햇살이 비취는 곳으로 가면 여러 야생난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새우난초가 피고요, 그 다음으로 옥잠난이 피고, 그 다음으로 나리난초 갈매기난초 등등이 줄을 이어서 피게 되겠지요. 그 중에서 옥잠난.. 풀꽃이야기 2011.07.05
풀꽃이야기 100 / 산딸나무 교도소에서 막 출감을 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지요. 처음에 아내에게 편지 쓰기를, 나를 잊어버리고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하게 잘 살아라고 했습니다. 이제 4년의 형기를 모두 마치고 나왔으나 마땅히 갈 곳은 없고, 아내에게 다시 편지를 썼답니다. 버스를 타고 그 마을을 지나갈 터.. 풀꽃이야기 2011.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