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09 / 천마

풀빛세상 2011. 8. 1. 18:31

 

  

 

 

그날은 하늘이 비를 머금었습니다. 맑은 듯 흐린 듯 가끔씩 비를 쏟아붓기도 했지요. 앞서 안내를 하는 분의 발걸음은 가벼웠고, 뒤따르는 우리들의 마음 속에는 호기심과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저쪽으로 가면 천마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후 갑자기 터져 나온 외마디 소리,

'아! 없어졌다. 어떻게 된거야. 엊그제까지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당연히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그곳에는 손바닥 넓이로 땅이 움푹 움푹 패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있어야 할 세 촉의 활짝 핀 천마의 꽃은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곳으로 갑시다. 그곳에는 있을지 모르겠네요.'

 

침침하고 질척한 숲길을 걸어 들어가니 그곳에는 여린 꽃대에 하얀 꽃송이들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손님이 찾아들지 않았네요. 어떻게 알았을까요? 무엇 하러 그랬을까요? 약초꾼이었을까요? 큰 병에 효험을 보기 위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주체할 수 없는 탐욕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몇 푼의 돈이 되기 때문이었을까요? 우리는 숨겨진 그 사연을 알 수가 없습니다.

 

천마(天麻), 하늘이 내려준 마(麻)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약효가 뛰어나겠지요. 원래 약초의 효능이란 상당부분 과장도 있겠지만, 그래도 하늘이 내려준 약이라고 할 정도이면 무시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다행히 요즘은 인공으로 재배를 한다고 하니 궂이 숲속에 숨어 있는 것들을 일부러 캘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가득이나 사람들 눈에 띄기만 하면 수난을 당하다 보니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식물이 되어버렸거든요.

 

천마는 뽕나무버섯균에 공생하는 다년생 난과 식물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난과의 식물이며, 잎이 없으니 광합성을 할 수 없고, 그래서 낙옆이 쌓여 썩어가는 곳의 버섯균들에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섭취하며 자라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이한 약효가 생성되는 것이겠지요.  

 

인터넷으로 천마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무수히 많은 약초관련 사이트들이 뜨면서, 천마의 채취와 효능 등에 관해서 많은 자료들이 나타납니다. 삼천리 금수강산에 자라는 어떤 풀인들 그냥 생겼겠습니까? 나름대로 존재 이유가 있을 것이요, 신령한 약효 또한 숨기고 있겠지요. 그 중에서도 더 귀한 대접을 받는 특별한 약초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을 찾아 그 목적에 맞도록 사용하고, 그로 말미암아서 누군가의 질병이 치유되면서 건강을 회복한다면 그 풀꽃들에게도 기쁨이 있겠지요.

 

그래서일까요? 그 품질의 우수성 때문에 수난을 당하고, 멸종의 위기에 빠지는 풀꽃들도 여럿 있는 줄 압니다. 사람 마음이 다 같을 수가 없고요, 사람마다 이해득실이 달라지는데, 제가 풀꽃을 사랑하노라 하면서 채취하는 그네들에게 그냥 두라고 말하기는 애매하겠지요. 그렇다 할지라도 자연을 사랑하면 자연이 그 사랑을 되돌려 줄 것이요, 풀꽃을 사랑하여 그네들의 텃밭이 더 풍성해질 때 그 보상이  사람들에게로 돌아오지 않을까요?

 

최근 중부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답니다. 기록적인 폭우로 그 피해를 비껴갈 수는 없다고 하지만, 개발에만 몰두하면서 자연보호에 소홀히 했던 죄를 하늘은 물어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하면 자연이 스스로의 힘으로 우리네 사람들을 보살펴 주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 중에 하나입니다.

 

자연 사랑이 사람 사랑이라고 작은 목소리로 읖조려 보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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