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00 / 산딸나무

풀빛세상 2011. 6. 24. 17:39

 

 

 

 

 

교도소에서 막 출감을 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지요. 처음에 아내에게 편지 쓰기를, 나를 잊어버리고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하게 잘 살아라고 했습니다. 이제 4년의 형기를 모두 마치고 나왔으나 마땅히 갈 곳은 없고, 아내에게 다시 편지를 썼답니다. 버스를 타고 그 마을을 지나갈 터인데 만약에 마을 입구의 커다란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 하나 걸어 놓으면 자기를 받아주는 줄 알고 내릴 것이요, 만약 노란 손수건이 없으면 그냥 지나가겠노라고요.

 

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이 초조하게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와~ 하는 함성이 터졌다지요. 그 나무에는 노란 손수건이 하나가 아니라 수십 수백개가 매달려 나풀거리고 있었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기록된 노란 손수건이라는 동화의 간략한 내용이지요. 짧은 이 글이 주는 울림이 강해서 지금도 곳곳에서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감동을 주고 있다지요.

 

6월의 산에 가면 나무에 하얀 나비들이 수백 수천 마리씩 모여 앉아 있습니다. 가까이에 가면 수백 수천의 하얀 나비가 훨훨 날아오를 것 같은데, 나비가 아니라 꽃들이 모여 피어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왜 하얀 나비꽃이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꽃이 떨어지고 훗날 분홍색이 고운 열매가 열리기 때문에 산에서 자라는 딸기나무라는 뜻으로 산딸나무라고 했겠지요. 

 

산딸나무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 유대지역(지금의 이스라엘)에서 한 사내가 십자가 형틀을 메고 힘겹게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곁에는 채찍을 든 로마 군인들이 호통치며 후려치기도 했지요. 지켜보던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 달랐습니다. 조롱하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슬피 울며 가슴을 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찌 할 수 없는 무력감에 한숨만 쉬는 사람들도 있었다지요. 세상 죄를 짊어지시고 비틀거렸던 그 사내의 형틀이 산딸나무였다네요.

 

그런데 나무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너무도 위대하고 큰 스승을 매달게 될 형틀로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한숨 포옥 포옥 내쉬었다지요. 그 마음이 전해졌을까요? 그분은 산딸나무로 만들어진 형틀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네가 나의 고통에 대하여 애통하며 뉘우치기 때문에 내가 너에게 이것을 약속하마.

너는 앞으로 다시는 십자가 형틀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자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너는  가느다랗게 되고, 굽어 지고, 뒤틀리게 되고, 꽃봉우리는 십자가의 형상을 하게 되리라.
넉 장의 꽃잎 가장자리의 가운데마다 손톱자국이 있게 되리라.
꽃 한 가운데는 갈색을 띤 피 묻은 자국이 남아 있어 가시관이 되리라.

 

훗날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이겠지만 십자형의 꽃을 보고, 한 가운데에 오돌도톨하게 맺히게 되는 분홍의 열매를 보게 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하얀 꽃잎 넉장은 꽃받침이고요, 그 한 가운데 오밀조밀한 꽃이 모여 피게 됩니다. 오뉴월에 만나게 되는 산딸나무의 새하얀 꽃을 보노라면 기분이 맑아집니다. 정신마저 새하얗게 변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러면서 또 생각해 봅니다. 수백 수천으로 매달려 있는 저 새하얀 꽃들은 세속에 물들고 찌들어 죄가 많은 우리의 모든 허물을 용서해주고 반갑게 맞이하며 환영하기 위해서 하늘의 그분이 매달아 놓은 하얀 손수건이 아닐까라고요.

 

숲속의 하얀 나비꽃 산딸나무를 보면서 동화 속의 전설과 전설 속의 사연들을 되새겨보며, 몸도 마음도 정신도 해맑아지는 아름다운 세상  풀빛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