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04 / 산제비란

풀빛세상 2011. 7. 10. 18:32

 

  

 

나도제비란이 있으면 반드시 원형이 되는 제비란이라는 것이 있겠지요. 어찌 생겼을까 궁금했습니다. 만날 기회가 있을까, 언제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그러면서 곰곰 생각해 보았습니다. 귀한 것도 흔한 것도 인연이 닿아야 만날 수 있으려니 이렇게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습니다.

 

의외로 쉬운 곳에 있었습니다. 사람의 왕래가 많지 않은 양지바른 무덤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봉분이 봉긋하게 솟은 그곳, 까만 비석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곳에 한뼘 두뼘되는 높이로 꽃을 피웠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본 것들은 산제비란이라고 하네요. 앞에 접두어가 붙지 않은 원형의 제비란은 흰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제비란을 만났다는 사실에 호기심으로 충만한 어린애 마냥 기뻐할 뿐입니다.

 

야생의 난들이 참 수수하지요. 꽃대만 비죽 올렸습니다. 그곳에 연초록의 꽃송이들이, 주변의 풀들과 같은 색을 띈 작은 꽃송이들이 조롱조롱 달렸습니다. 카메라를 바짝 들이대었습니다. 예쁘다고 말하기에는 약간 공치사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너 참 예쁘다라고 말해주면 좋아할 것 같습니다. 예쁘다 아름답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주관성이 강하다기에, 이런 말을 더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그 사람의 눈도 마음도 더 예뻐지지 않을까요? 

 

 

산제비란은 변이가 심하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바로 곁에 또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형태는 비슷했지만 뭔가 약간 달랐습니다. 꽃대는 더 짙은 초록이었고, 꽃송이는 더 정밀하면서 맑았고 투명한 듯 노란끼를 머금었습니다. 이것의 이름은 뭘까요 물어보아도 한결같은 대답은 그것도 산제비란입니다라고 하기에 이것이나 저것이나 같은 것이려니 구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꽃송이에 걸린 홀씨와 비교하면 이 꽃들의 크기가 짐작될 것입니다.

야생에서 피고 자라나면서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풀꽃들입니다만, 찾는 자에게는 그네들의 신비로움을 보여주게 됩니다. 그래서 찾는 자가 찾게 되리라는 말이 더욱 실감이 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