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03 / 나도제비란

풀빛세상 2011. 7. 10. 17:59

 

 

 

 

한라산 높은 길을 타박타박 걷고 있을 때 발 아래 작고도 앙증맞은 꽃이 보였습니다. 그냥 쓰윽 지나치면 볼 수 없고요, 조심해서 살펴보면 손가락 한 마디 높이의 풀꽃이 다소곳이 머리를 숙인채 연분홍의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지만 어느 누구도 눈여겨 보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설레임으로 그 꽃을 담아왔을 때의 흥분이 오래 오래 긴 여운으로 남았더랍니다. 그때가 일 년 전이었지요.

 

한 해를 기다렸습니다. 기다림의 흥분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시간 내기가 어려워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지요. 혹시라도 늦으면 어쩌나 조바심도 일었지요. 어디 나 혼자만 봤겠습니까? 야생화를 찾아 찍는 분들의 눈썰미를 피해갈 수 없었겠지요. 이번에 찾아갔을 때 그곳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던 흔적이 남았습니다. 꽃들도 훨씬 많아졌고요, 중간 중간에 사진 찍기 좋으라고 주변을 정리정돈하여 꽃들이 도드라지게 보였습니다. 사진을 찍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꽃들은 많이 불편하겠지요. 아마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습니다. 

 

참, 이름이 뭐냐고요? 소개가 늦었습니다. 나도제비란 혹은 나도제비난초라고 합니다. 그냥 보노라면 참 수수한 꽃이지요. 풀숲 사이에 살짝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흰꽃송이에 분홍의 작은 점들을 찍어 멋을 내었습니다. 주변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풀들과 키높이가 비슷하여 사알짝 고개만 내밀었습니다. 모두가 다 꽃대 하나에 두 송이의 꽃을 피워올렸네요. 너무 정겹게 보입니다. 세상의 모든 남편과 아내가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다면 정말 좋겠지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함께 만났다지만, 젊은 날의 아름다웠던 사랑의 감정들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누가 무슨 이유로 나도제비란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요? 두 마리의 제비가 종알종알거리는 모습이 연상되는가요? 강남 다녀왔던 제비가 집으로 돌아와서 진흙과 지푸라기를 물어다가 집을 짓고 알을 품으면 어느날 입을 쫙쫙 벌리는 새끼들이 태어나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까 꽃들이 피어난 모습이 꼭 새끼제비가 어미에게 모이를 달라고 보채며 크게 입벌린 모습을 닮아있기는 합니다.  

 

내년에 또 볼 수 있을까요? 

혹 만나지 못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또 한 해를 기다림으로 행복할 수 있는 풀빛세상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