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01 / 옥잠난

풀빛세상 2011. 7. 5. 12:48

 

 

  

 

옥잠, 옥잠란, 옥잠난초.... 참 이쁜 이름이지요. 오뉴월 숲 침침한 그늘 아래 약간의 햇살이 비취는 곳으로 가면 여러 야생난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새우난초가 피고요, 그 다음으로 옥잠난이 피고, 그 다음으로 나리난초 갈매기난초 등등이 줄을 이어서 피게 되겠지요. 그 중에서 옥잠난은 꽃과 잎과 줄기의 색갈 전체가 연초록으로 수수하면서도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옥잠이라는 말뜻이 무엇일까요? 어떻게 해서 이렇게 예쁜 이름을 얻게 되었을까요? 옥으로 만든 잠자리라는 뜻일까요? 아마 그럴 것이야 하면서 찾아보니 옥잠화의 잎을 닮았다고 해서 옥잠난이라고 붙였네요. 마음으로는 약간 실망도 되지만, 그래도 난 옥으로 만든 잠자리난이야라고 우겨보렵니다. 즐거운 상상이란 비록 그것이 착각이라고 할지라도 행복할 수 있으니까요?

 

가만히 살펴보십시오. 누군가 옥으로 잠자리를 정교하게 깎고 다듬어 하나씩 하나씩 붙여놓은 것 같지 않습니까? 누구의 솜씨일까요? 어느 분이 이런 보물을 숨겨놓았을까요? 해마다 늦봄이 시작되면 숲 그늘에는 옥잠난도 숨어서 피고 또 지겠지요. 꼭 삼년 전 처음으로 옥잠난을 발견했을 때의 흥분이 가시지 않아 작년에도 다시 찾아보려고 했지만 그곳은 목장지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조류독감, 구제역 등등의 동물전염병으로 목장으로 통하는 모든 문을 걸어 잠구었기 때문이었지요.

 

지난 겨울에 구제역의 피해가 너무 심해서 마음을 조렸지만 다행히 제주 지역은 피해갔었고, 시기적으로도 전염병 경보가 해제되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있었습니다.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던지요. 어렵게 찾아갔지만 흐린 날씨의 그늘 아래서 한 장의 사진을 얻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바쁜 세상에 시간 내기도 어렵고, 그래서 내년에는 더 좋은 사진을 얻으리라는 기대만 가져봅니다.

 

옥순, 옥진, 옥경... 순옥, 진옥, 미옥.... 옛날분들은 예쁜 딸에게 옥(玉)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요. 그리고 안고 얼르고 달래고 그렇게 키웠겠지요. 그리고 옥반지를 끼워서 시집을 보내었고, 옥으로 만든 노리개를 어루만지면서 고운 청춘을 보내었겠지요. 그리고 떡두꺼비와 같은 아들을 낳으면 옥동자라고 불러주었다지요. 이것은 부잣짐 마나님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가난한 집안의 여인네들에게도 옥반지는 여심의 설레임으로 항상 남아있었겠지요. 그뿐 아니라 벽옥같은 피부, 벽옥으로 조각한 얼굴, 옥구슬 굴러가듯이, 옥쟁반 위를 또르르 굴러가는 .... 등등의 표현들도 떠올려 봅니다. 옛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의 기준은 맑고 고운 옥에 있었구나 느껴봅니다.

 

옥, 맑고 고움, 그리고 설레임으로 행복한 풀빛세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