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39 / 가을의 억세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을 일반화시켜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 저는 저 나름으로 제가 느끼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이성적인 사유가 발달해 있는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미학이라는 학문분야.. 풀꽃이야기 2010.10.29
풀꽃이야기 38 / 석류풀 석류풀이라고 합니다. 한여름의 초록에서 늦가을에는 적갈색으로 변해가는 잎이 석류나무의 잎과 닮았다고 해서 석류풀이라고 불려지는 것 같습니다. 콩밭 가장자리에서 담았습니다. 흔하고 흔한 잡풀이 수북 수북 자라고 있었습니다. 손으로 한 번만 휘익 돌리면 뿌리채 무더기로 뽑혀 내던져지는 .. 풀꽃이야기 2010.10.27
풀꽃이야기 37 / 당잔대 해는 저물고, 날씨는 차고, 당잔대 한 송이가 무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세상이 밝고 아름답다고 말하는 걸까요? 구순을 바라보는 노파의 얼굴이 일순 밝아지며 흥분합니다. 딸이 살아있단다. 부랴 부랴 고운 옷 챙겨입고 부산에 있는 ㅇㅇ요양소로 달려가서 딸을 만났습니다. 오랫 동안 독한 .. 풀꽃이야기 2010.10.26
풀꽃이야기 36 / 꽃향유 꽃향유 그 옛날 천재라고 불려졌던 학생들의 학교가 있었습니다. 전국 4대 명문교, 모의고사 성적 전국 최고. 재수 삼수까지의 통계를 포함하지만, 서울대학 100여명, 부산대학고 250여명, 그리고 4년제 대학 진학률 99%. 삼십 몇 년 전 또래 집단 중 단 5%만이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학칙이 엄했던 .. 풀꽃이야기 2010.10.26
풀꽃이야기 35 / 털별꽃아재비 털별꽃아재비 밖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흔히 봄비를 묘사할 때에는 보슬보슬 내린다 하지만 가을비는 추적추적 내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습니다. 봄비는 생명과 희망을 떠올린다면 가을비는 뭔가 모르는 외로움 쓸쓸함을 전달해 주겠지요. 비오는 날에 우산을 쓰고 가는 뒷모습을 사진.. 풀꽃이야기 2010.10.24
풀꽃이야기 34 / 달맞이꽃 어제밤에 달무리를 보았습니다. 희뿌연 구름이 얇게 깔려 있는 검푸른 하늘에 창백한 보름달이 제 자리를 찾아 머물고 있었습니다만 어쩐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 주변으로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달무리가 하얀 테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달무리가 걸리면 비가 온다고 했지요. 어릴 적 어머니는 밤.. 풀꽃이야기 2010.10.23
풀꽃이야기 33 / 주홍서나물 주홍서나물 꽃보다 아름다운 씨앗 지난 며칠간 연세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신학교수님을 모시고 '현대세계의 위기 앞에 선 인간'이라는 주제로 신학강의 및 세미나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나이 45세가 되어야 죽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때 부터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짧아.. 풀꽃이야기 2010.10.22
풀꽃이야기 32 / 고마리 자꾸 어릴적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집 한 귀퉁이에 말뚝을 박아 돼지집을 만들었습니다. 벌써 40 여년 전의 한 옛날, 시멘트도 귀하여 진창으로 변해가는 흙바닥 위에 돼지가 뒹굴었지요. 냇가에 자라는 부드럽고 무성한 풀들을 잔뜩 베어다가 돼지 우리 속으로 던져주면 돼지들은 그 위에서 꿀꿀거리.. 풀꽃이야기 2010.10.21
풀꽃이야기 31 / 유홍초 지금도 저의 컴퓨터 창고에는 많은 꽃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인님, 빨리 꺼내어 사연을 적어주세요 하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저 역시 글재주가 없어서 많아 망설이게 됩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얼른 얼른 꺼내고 싶은 혹은 누군가에서 보여서 자랑하고 싶은 꽃들도 .. 풀꽃이야기 2010.10.19
풀꽃이야기 30 / 강아지풀 친구를 만났습니다. 교회의 구석구석에 프랭카드를 만들어 달기로 했답니다. 사무실에도, 복도에도, 주방에도, 그리고 화장실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붙여 놓겠다고 합니다. 불평금지구역 /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말만 합니다. 작은 프랭카드를 만들어 집집이 나누어 주어 달게 하.. 풀꽃이야기 2010.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