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30 / 강아지풀

풀빛세상 2010. 10. 18. 20:37

 

 

 

친구를 만났습니다. 교회의 구석구석에 프랭카드를 만들어 달기로 했답니다. 사무실에도, 복도에도, 주방에도, 그리고 화장실에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서든지 붙여 놓겠다고 합니다. 

불평금지구역 / 이곳에서는 아름다운 말만 합니다.

작은 프랭카드를 만들어 집집이 나누어 주어 달게 하겠다고도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우리들은 하하 웃으면서 불평구역도 하나쯤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냐고 했습니다. 금연구역 아홉이면 흡연구역 하나쯤 만들어 주어야 숨통이라도 트면서 살지 않겠냐는 뜻이겠지요.

 

오늘도 사람들을 만났고, 이런 저런 온갖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나도 모르게 팍팍한 현실에 대한 불평과 사람에 대한 원망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당황스러워집니다. 말에 실수가 없는 자면 온전한 자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저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철이 들 든 걸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마음의 폭이 좁고 깊이가 얕아서 어찌 할 수 없는 본성을 타고 난 걸까요?

 

주인을 만나면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드는 강아지를 닮았다고 강아지풀이라고 했겠지요. 들판에 흔하고 흔한 풀, 고단한 한 세월을 지나왔습니다.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 모든 것을 불태워 버릴 듯 이글이글거렸던 태양빛, 일주일이고 보름이고 때로는 한달이고 마른 하늘 아래에서 목마른 뿌리가 헉헉거리기도 했습니다. 어쩌다가 비가 오면 몇날 며칠 동안 질퍽거리며 허리까지 차 오르기도 했지요. 이런 저런 날을 다 견디며 살았습니다.

 

한 알 또 한 알은 참새들에게 주었습니다.

한 알 또 한 알은 볼볼거리며 찾아온 새앙쥐에게 나누었습니다.

한 알 또 한 알은 개미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한 알 또 한 알..... 그래도 남은 것이 있어서 땅에 톡톡 떨구었습니다.

넉넉한 초록의 풀빛세상을 꿈꾸며 내년에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감사할 따름이지요.

넉넉했던 태양빛이 그립습니다.

흥건하게 떨어졌던 빗방울 소리도 그립습니다.

바싹 메말랐던 날들의 헉헉됨이 강아지풀을 강하게 만들었지요.

무섭게 몰아쳤던 바람소리 천둥소리도 좋은 추억거리가 됩니다.

이제 결실의 계절, 모든 것을 감사와 넉넉함으로 바꾸어주는 풍성한 계절입니다.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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