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34 / 달맞이꽃

풀빛세상 2010. 10. 23. 10:56

 

 

 

 

 

 

어제밤에 달무리를 보았습니다. 희뿌연 구름이 얇게 깔려 있는 검푸른 하늘에 창백한 보름달이 제 자리를 찾아 머물고 있었습니다만 어쩐지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 주변으로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달무리가 하얀 테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달무리가 걸리면 비가 온다고 했지요. 어릴 적 어머니는 밤하늘에 걸린 달무리를 보시고는 낼 모레는 비가 오겠다며 들판에 늘어놓은 곡식 무더기들을 걱정했습니다. 봄에는 보릿단이 있었지만 가을이 되면 들판에는 나락 외에도 콩, 깨, 고추 등등 여러 종류의 곡식들이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갑자가 달맞이꽃을 찾아 꺼내어 봅니다. 달이 뜨는 밤에 활짝 핀다는 꽃들이지만 날씨 흐릿한 날이면 낮에도 곧잘 피어납니다. 대부분의 꽃들이 햇살 따뜻한 한낮을 찾아서 피는데 왜 달맞이꽃은 태양이 아닌 달을 기다리며 필까요?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기는 하고, 애절한 전설이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러나 전설이라는 것도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드렁해지기만 합니다.

 

달맞이꽃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씨앗으로 기름을 뽑기도 하고, 꽃잎으로는 향수 혹은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한답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질병의 치료에 사용되는 유용한 약용식물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찾아보면 그 어느 풀꽃보다도 더 많은 생약성분을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부산의 달맞이 고개를 떠올려봅니다. 부산에서 몇 년을 살았던 적이 있고, 해운대 바닷가에도 여러 번 찾아 갔었지만, 달맞이 고개에는 올라가 보지 못했습니다. 보름달 휘영청 밝은 저녁에 달맞이 고개에 오르면 저 아랫쪽으로 해운대 바다의 검푸른 파도소리가 들려오겠지요? 그곳에도 달맞이꽃이 피었을까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는데, 언젠가는 제 작은 소원 하나쯤 이룰 날이 있겠지요.

 

보름달, 달무리, 달맞이꽃, 달맞이 고개.... 그리고 또 무엇이 있을까요? 인터넷을 뒤지다보니 맹인 가수 이용복이 불렀다고 하는 달맞이꽃 노래를 만나게 됩니다. 저도 기억이 납니다. 검은 안경을 쓰고, 기타를 치면서,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열정적으로 노래를 불렀지요. 마치 모든 한을 토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 그분이 불렀던 달맞이꽃 음악을 찾아 들으면서 이 글을 정리합니다. 제가 아직 노래 올리는 법을 몰라서 아랫쪽에 가사만 올립니다만,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찾아서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맹인 가수 이용복이 불렀다는 달맞이꽃

 

 

아래 주소로 들어가면 맹인 가수 이용복의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http://blog.ohmynews.com/q9447/rmfdurrl/269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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