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187 / 연지버섯 연지 찍고 곤지 찍고 누나들은 시집을 갔습니다 발그레한 얼굴에 가슴은 콩콩 뛰었을까요 아들 낳고 딸 낳고 미운정 고운정으로 살다가 이 땅의 흙이 되고 역사가 되었습니다 거친 계곡 습한 비탈의 연지버섯이 되었습니다 풀꽃의 짧은 이야기 2015.09.10
짧은 이야기 186 / 큰꿩의비름 마당에 나비가 날아왔습니다 나른한 오후의 따스한 햇살을 즐기는 꽃들 나비는 꿀샘을 찾고, 나는 조용히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고, 살랑살랑 불던 바람은 가끔씩 휘익 방향을 바꾸면서 심술을 부리고, 그때마다 나비는 도돌이표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사는 게 이런 것일까요 하늘 그.. 풀꽃의 짧은 이야기 2015.09.10
Who are you 43 / 십자가의 길 가끔씩 십자가의 길이 무엇이냐고 당신에게 아니 내 안에 있는 나에게 물어보지만 알듯 말듯 모호하기만 합니다 십자가의 길은 밟히며 가야 한다는데 단 한 번이라도 손해보며 희생해 본 적이 있는가 단 한 번이라도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해 본 적이 있는가 단 한 번이라도... 그러면서도.. Who are You 2015.09.08
짧은 이야기 185 / 애기도라지 하늘의 별이 될 수 없어도 땅의 별이 되고 싶을 때도 있지요 맑고 작은 꽃 애기도라지가 피었습니다 얘네들을 만날 때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단순해지면서 맑아지는 듯 합니다 항상 문이 열려있는 작은 교회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습니다 비록 둔탁한 소리였지만 곡과 리듬은 제대로 타.. 풀꽃의 짧은 이야기 2015.09.02
짧은 이야기 184 / 연꽃 어떤 이들은 깨달음을 어떤 이들은 아름다움을 어떤 이들은 진흙밭의 고결함을 어떤 이들은 사랑의 셀카놀이를 ....................... 즐기지만 허(虛) 망(妄) 을 생각하며 몇 컷 사진을 찍고 조용히 돌아서 나올 때 여전히 바람은 불고 꽃들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인두에 데인 심.. 풀꽃의 짧은 이야기 2015.08.31
짧은 이야기 183 / 여름새우란 어제와 오늘 옛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참 오래간만이었네요 그네들은 육지에 나는 섬 나라에 세월은 흘렀어도 그 얼굴 그 모습은 변치 않았습니다 각자의 소명에 따라 주어진 길을 가며 하늘 섬기는 일을 기쁨으로 감당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어디 쉽기만 했겠습니까 구비구비 언덕길.. 풀꽃의 짧은 이야기 2015.08.27
풍경 속의 이야기 86 / 빗물 한 방울 빗물 한 방울 눈물 한 방울 기억 속에 도드라지는 그때 그 사건 갑자기 갓 서른을 넘긴 맏형이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한달 보름된 핏덩이 아이 하나 남기고 아버지는 뒤돌아서서 눈물 몇 방울 조용히 흘리셨고 눈물샘마저 말라버린 어머니는 석 달 열흘을 앓아누우셨습니다 까까머리 갓.. 풍경속의 이야기 2015.08.25
짧은 이야기 182 / 수련 그대 아직 꿈꾸고 있는가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영원일까 순간일까 영원을 사모하는 순간이겠지 쇼팽의 피아노 소리 밤새우는 귀뚜라미 소리 그리고 나는 풀이 되고 꽃이 되고 날개짓 가벼운 꽃의 요정이 되고 눅진해진 몸 일으켜 세우기 힘이 들어도 풀꽃의 짧은 이야기 2015.08.25
짧은 이야기 181 / 마름 옛날 지주 대신에 소작인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마름이라고 했었지요 어쩌다가 주인 나리가 내려올 때는 소작인들을 닥달하여 씨암닭 빼앗아 고아 바쳤다는 소설 속의 이야기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그것도 권력이라고 아랫눈치 윗눈치 살피면서 횡포를 부리기도 했겠지요 .. 풀꽃의 짧은 이야기 201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