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185 / 애기도라지

풀빛세상 2015. 9. 2. 16:58






하늘의 별이 될 수 없어도 

땅의 별이 되고 싶을 때도 있지요 

맑고 작은 꽃 애기도라지가 피었습니다 

얘네들을 만날 때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단순해지면서 맑아지는 듯 합니다 


항상 문이 열려있는 작은 교회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렸습니다 

비록 둔탁한 소리였지만 곡과 리듬은 제대로 타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한때는 제법 능숙하게 연주를 했으리라 짐작이 되었습니다 

지나가며 몇 번 들른 적이 있는 익숙한 얼굴이었습니다 

나이는 들어가고 가진 것도 이룬 것도 없고... 

푸념을 늘어놓는 사내의 얼굴은 부드러웠지만 쓸쓸해보였습니다 

무슨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되겠지요 

살아온 세월이 결코 순탄하지 않았을 것이요 

지금 역시 풀리지 않는 인생길이 답답하리라 짐작할 뿐입니다 


하늘에만 별이 있나요

하늘에서 내려온 맑고 서러운 보라색의 별들이 땅의 꽃이 되어

가벼운 바람에도 까닥거리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네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풀밭의 연주회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