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155 / 바람이

풀빛세상 2015. 4. 3. 13:47






어제 오후부터 시작된 세찬 비바람이 밤새 계속되었지요 

공항의 비행기는 모두 결항되었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꽃이 아니라 가지채 꺾여 날아다니며 뒹굴고 있던데요'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한 꽃망울까지 망가졌으리라는 생각에 

몹시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차를 몰고 거리로 나서보았습니다 

아직 때가 아닌데 길바닥은 온통 연분홍으로 물들어 있었고,  

바람은 멈추었지만 느즉느즉 꽃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밝고 맑은 날 설렁설렁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며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뒤섞여야 제멋일텐데... 

무겁게 내려앉은 회색빛 하늘 아래에서 반쯤 꽃들을 떨구어버린 나무는 

초췌하게 보였습니다 

꼭 이때쯤이면 한 번씩 몰려오는 바람의 심술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4월 3일이요 

땅으로 내려오신 하늘 그분이 십자가에 못박혔다던 

수난의 날 성금요일이네요 


아직도 다 쓰지 못한 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나무는 여전히 꿋꿋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아직 남은 꽃들에 벌들은 붕붕거리며 날아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