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73 / 가지더부살이

풀빛세상 2013. 6. 19. 12:53

 

 

 

 

 

 

어둠침침한 그 숲을 홀로 더듬으며 찾아갔습니다.

습한 계곡의 숲 그늘 아래에는 생명의 신비가 있다기에.

몇 년 전 동행인들의 안내를 받아 찾아갔을 때에는 미끄러운 이끼로 덮여 있는 돌을 조심스레 밟으며 한 걸음씩 발걸음을 재겨 디뎠는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는지 또렷한 길이 나 있었습니다.

발 아래에는 낙엽을 이불 삼아 자라는 하얀 생명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찾아가서 낙엽을 들추어 내고 카메라를 들이댈 때마다 그네들은 깜짝깜짝 놀라겠지요.

 

미안하다. 우리가 널 힘들게 하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 너희들인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단다. 너와 같은 희귀 식물들은 보호해야 한다고.

보호라는 단어가 얼마나 인간 중심적인 단어인 줄 알기는 아냐?

너희들은 이렇게 말할 것 같구나.

보호가 아니라 차라리 내버려 두는 것이 어떨까요?   

 

가지더부살이, 엽록소가 없어 스스로 양분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숲 속의 썩어가는 낙엽과 나뭇가지에서 생명의 에너지를 취하는 낙엽부생식물이라고 합니다. 참 신기하지요? 우리의 눈으로 구분할 수 없지만, 꽃을 피우고, 암술 수술을 갖추고 있어 수정을 하며, 훗날 씨앗까지 맺는다는 사실이요. 쉽게 상해버리는 새하얗고 반투명의 피부를 가진 작은 생명체, 신비라는 단어로는 부족하여 창조주 그분에게 경외라는 단어를 올려드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숲속의 신비, 하늘 그분을 향하는 경외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