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무엇일까요? 글이란 '그리다'에서 나왔겠지요. 어떤 날을 무엇인가를 그려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림이 아니라 글을 그리고 싶은 충동이 일렁이며 일어날 때도 있지요. 그러나 어떤 날은 마음도 머리도 정신도 텅 비면서 아무 것도 그릴 수 없는 무력감에 시달릴 때도 있습니다.
비 그친 날 꿈틀꿈틀 기어가는 지렁이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때로는 메마른 땅 위를 온 힘을 다해 몸으로 기어가는 지렁이들을 본 적도 있지요. 온 몸으로 그림을 그려가도 땅 위에 흔적을 남기지도 못하지만 그래도 가야 할 길이 있다면 가야만 합니다. 무거운 육신의 껍질을 벗어버려 가벼워진 영혼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바이바이 할 때까지
숲 속의 나리난초를 만나고 온 지도 며칠이 지났습니다. 사진은 '찍는다'고 하며, 글은 '그린다'고 할 때, 찍어 온 사진으로 글을 그려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샘이 깊지 못해 쉬이 말라버리고 불순물이 많아서 맑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저 숲의 나리난초는 아무런 말이 없는데.... 풀꽃들을 만드신 하늘 그분도 아무런 말이 없는데....
|
'풀꽃의 짧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 이야기 72 / 박쥐나무의 꽃 (0) | 2013.06.18 |
---|---|
짧은 이야기 71 / 구슬붕이 (0) | 2013.06.08 |
짧은 이야기 69 / 참꽃받이 (0) | 2013.05.27 |
짧은 이야기 68 / 옥잠난초 (0) | 2013.05.25 |
짧은 이야기 67 / 개감수 (0) | 2013.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