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17 / 닭의장풀

풀빛세상 2012. 9. 10. 17:54

 

 

  

 

작지만 언제나 당당한 풀꽃이 있습니다.

풀꽃들의 세상에서 크다 작다는 기준이 애매합니다만, 발에 밟히는 작은 풀꽃이라는 뜻이겠지요.

들여다 볼 때마다 '당신 누구요' 하듯 당돌하게 마주 쳐다보고 있는 그 모습에 홀리게 되지요.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서 꽃잎이 시들어가는 이런 풀꽃들도 이토록 당당한데,

왜 우리네 인생들 중 어떤 이들은 한낮의 태양을 낮설어해야 할까요?  

 

하루 4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합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8년째 1위라고 합니다.

먹고 살만 하니까 먹고 사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는 역설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경제가 살아야 한다고 힘주어 외치니 죽어 나자빠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차라리 가난했던 그 시절이 더 좋았더라고 말하면 돌팔매가 날아올까요?

그래도 그렇게 외치고 싶은 내면적 충동의 기원은 어디일까요? 

아무리 외쳐도 눈 말똥말똥 뜨고서 다른 생각만을 쫓아가는 그네들을 어찌해야 할까요?

경제가 우상이 되었을 때 참 신을 향하는 갈망들은 점점 사그라들게 됩니다.

신을 떠나 보내고 경제의 우상을 떠받들게 될 때에 죽음의 그림자는 더 짙어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눈앞의 달콤함에 취하게 되면

뒤에 숨어 기다리는 어둠과 허무와 죄악의 허깨비를 보지 못하게 됩니다.

보면서도 보지 못하고, 보면서도 깨닫지 못하고, 지혜롭다고 하나 진정한 지혜가 없는 눈 뜬 장님들.

이럴 때 적절한 단어는 '청맹과니' 혹은 '당달봉사'이겠지요.

 

들판에 나가보면 닭의장풀들이 당당하고 꼿꼿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늘의 따스함을 누리고 땅의 기름짐을 즐기면서요. 

가을 하늘 서늘해져 갈 때 저 높은 곳에는 흰구름도 두둥실 떠다니고 있습니다.

풀빛 세상의 짧은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