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161 / 개감수

풀빛세상 2015. 5. 22. 13:07




또르르 말린 붉은 (꽃)잎이 있을 때 찍으면 너무 이뻐요 

누군가의 말 한 마디를 귀담아 들었지요 

몇 년을 기다리며 찾았지만 끝내 시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 찾았다 

가슴이 두근두근... 콩닥콩닥... 


바람아 멈추어라 제발 

반복해서 주문을 걸어도 살랑거리는 봄바람은 꽃대를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바람도 이리 돌고 저리 돌다가 지쳐 잠시 숨을 고를 때가 있지요 

너무도 짧은 그 순간을 기다려 셔터를 눌러야 합니다 

먼저 사람이 지칠 때도 있지요 

숨은 차오르고, 눈은 뱅글뱅글, 허리는 뻐근... 

입에서는 저절로 아이고야 소리가 나올 때도 있습니다 

몇 년을 기다려 왔는데 이 정도 수고는 해야지요 


원하는 사진을 충분히 얻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노라고 인사하고 나오게 됩니다

꽃대는 여전히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