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81 / 큰 바위 얼굴

풀빛세상 2014. 5. 31. 12:24

 

 

 

  

 

갑자기 대학교의 은사님께서 방문해 주셨습니다.

젊었을 때의 뜨거움은 식어지고, 전공분야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제자의 이름뿐만 아니라 '너 몇 학번이지' 말씀하시는 스승님의

말씀에 아! 라고 하면서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삼십 년이 흘렀네요.

마지막으로 만나 뵌 지도 이십 오륙 년은 된 것 같네요.

그동안 교수님은 햇병아리들과 같은 제자들을 적어도 천 여명 이상

세상으로 내 보내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교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여

제몫을 감당하는 좋은 제자들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선생님도 강단에서 은퇴하신 지가 벌써 여러 해가 지났습니다.

그 많은 제자들 중에 한 명일 뿐이요, 

스승님의 가르침을 이어받지 못하였고,

흔적마저 남기지 않고 숨어 살고 있는 못난 제자이지요.

마음에는 담고 있었지만

어찌 기억하랴는 못나고 좁은 마음으로 연락드리지 않고 살아왔지요.

 

어린 제자들과 함께 바람 쐬려 내려왔다가 동문후배로부터 우연히

제 소식을 전해듣고는 공항으로 가시던 길을 돌려 찾아왔습니다.

흰머리가 고운 할머니가 되신 줄 알았는데, 걀걀거리는 모습이 제자의

기대와는 어긋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젊으셨던 분이, 연세 드셔서 더 젊게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큰 바위 얼굴이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