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64 / 현호색

풀빛세상 2014. 4. 17. 10:32

 

 

  

 

3월이 되고 4월이 되면 들과 산은 소란스러워집니다.

도회지에서 느낄 수 없는 소란스러움이겠지요. 도시 생활이란 일년 열두달 매일 매일 바쁘고 소란스럽고, 낮밤이 구별되지 않습니다만, 우리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산과 들은 그 성격이 달라집니다.

 

겨울의 고요함이 있고, 봄의 활기가 있으며, 여름의 나른함을 견딘 후에는 가을의 쓸쓸함을 맞이하게 됩니다. 각각의 계절은 그 나름의 특징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고 언어가 있고 음악이 있겠지요. 갑자기 비발디의 사계가 떠오릅니다. 음악이라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해야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감상하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생동감 넘치는 밝은 선율이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하는 것 같네요.

 

미련 두는 겨울의 찬 바람이 가끔씩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산과 들판과 계곡의 풀꽃들은 혹시라도 늦을까봐 조바심을 내면서 바삐 잎과 꽃을 밀어올리게 됩니다. 그 황홀함이여. '어찌 너희들이 이 찬바람 속에서'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가끔씩은 '얘들아 춥겠다. 춥지 않냐?' 안쓰러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걸어보기라도 하면, '괜찮아요. 우린 씩씩해요. 땅 속 에너지가 우리를 밀어올리고 있는 걸요.' 이렇게 대답하는 듯 합니다.

 

숲의 계곡에 들어가면 그 중에서도 요란스럽게 우리를 맞이하는 풀꽃들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현호색이지요. 현호색도 종류가 다 많아 구별하지는 못하겠고요. 그냥 너희들의 공통된 이름은 현호색이야 라는 말로 저의 무식과 무지를 덮어보려고 합니다. 저 작은 꽃들이 쫑알쫑알 뭐라고 잔소리를 할 것 같지만, 어쩝니까? 제가 식물학자도 아닌 것을요. 그냥 꽃을 사랑하고, 꽃사진을 찍는 꽃쟁이 사진쟁이라고 둘러대면서 그네들의 항의를 슬쩍 비껴가도록 하겠습니다.

 

현호색을 볼 때마다 숲 속의 종달새라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종알종알종알.... 그네들의 종알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듯 합니다.

아찌 아찌, 나 이뻐요? 이뻐지요?

그러면서 그네들끼리 끊임없이 재재거리며 소란을 떠는 듯 느껴집니다.

 

해마다 현호색을 만나게 되고, 예쁘게 담으려고 노력하지만, 생각만큼 좋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아서 늘 아쉬움을 달래게 되지요. 그래, 늬들은 이렇게 예쁜데, 아저씨 실력이 부족하단다. 미안해. 다음에는 더 예쁘게 담아줄께. 약속.

이 작은 꽃들을 보면 볼수록 예쁘고,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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