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62 / 배롱나무

풀빛세상 2013. 9. 22. 21:53

 

 

  

 

오래 전부터 발갛게 피어있던 꽃이 아직도 붉은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피워낸다는 말은 너무 밋밋하기에 붉음을 끊임없이 토해낸다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누가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요?

백일 동안 꽃을 피운다고 백일홍이라고 하며, 같은 이름을 가진 풀꽃이 있어 목백일홍이라고 한다지요.

원산지 중국에서는 자미화(紫薇花)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중국 드리마에서 자미원이라고 하면 배롱나무의 꽃들이 가득 피워있는 정원이겠지요.

배롱이라는 말은 백일홍의 축약형이라고 누군가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참 이상했던 것은 이곳 저곳 무덤 곁에서 자라며 붉은 꽃을 토해내고 있었습니다.

높은 산에 있는 무덤가에서도 이 꽃나무를 본 적이 있습니다. 

왜 무덤가에 심겨져 뜨거웠던 여름을 지나 가을이 이르도록 붉게 붉게 피고 지고를 반복하고 있을까요?  

무덤가에 심는 특별한 뜻이 있을까요?

 

나무는 해마다 허물을 벗어내듯 껍질을 벗게 됩니다.

껍질은 벗어버린 나무는 단단하고도 매끈매끈하며 하얀 몸매를 드러내지요.

그 모습이 옷을 벗은 여인네를 연상시킨다고 대갓집 안채에는 심지 않았다고 하고요,

그렇지만 스님들은 나무가 껍질을 다 벗어버리듯 세속을 벗어버리기를 원한다는 뜻으로 산사(山寺)에 심었다고 하고요, 옛날 선비들은 이 나무가 청렴결백과 지조를 나타내기에 마당에 즐겨 심었고요, 훗날 죽어서는 그네들의 무덤 앞에 심으라 했겠지요. 아니, 어쩌면 가족, 친척, 친구 중에서 누군가 고인은 배롱나무처럼 살았노라는 뜻으로 심었을 수도 있겠네요.

 

이제 의문 하나는 풀릴 듯 합니다. 

해마다 허물을 벗고 몸과 마음이 새로워지기를 기원했겠지요.

메마른듯 단단한 몸에서 피어나는 꽃은 백일동안 그 붉음을 유지합니다.

꼿꼿한 정신에 붉은 열정으로 세상을 살고 싶었겠지요.

살아서 이루지 못한 꿈이라면 죽어서라도 이루고 싶었겠지요.

머리는 차게 가슴은 뜨겁게....

이성은 냉철하게 감성은 뜨겁게.... 

그렇게 살 수 있을까요?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찰 것은 차게 뜨거울 것은 뜨겁게.... 이렇게 살기를 원하는 풀빛세상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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