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61 / 계요등

풀빛세상 2013. 9. 5. 18:41

 

 

 

 

닭의 분뇨냄새가 나는 덩굴식물이라고 해서 계요등(鷄尿藤)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꽃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지만 잎과 덩굴을 만지면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뜻이겠지요.

그런데 왜 쉽고 친근한 이름을 버리고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했을까요?

닭장 옆에서 잘 자란다는 뜻으로 닭의장풀이 있고, 노루 오줌 냄새가 나는 노루오줌풀, 쥐오줌 냄새가 나는 쥐오줌풀, 누린 냄새가 고약한 누린내풀, 오이 냄새가 난다고 오이풀......  장모님의 사위 사랑을 전해주는 사위질빵, 나팔처럼 생겼다고 나팔꽃, 쥐꼬리처럼 생겼다고 쥐꼬리망초, 마디가 소의 무릎과 같다고 해서 쇠무릎.... 우리 주변에 친근하면서도 토속적인 이름을 가진 풀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계요등이 아니라 닭오줌덩굴이나 닭똥덩굴, 아니 닭오줌풀이라고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어느 누가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여 계요등이라고 정했을까요?

 

계요등, 너무도 가까이 있어 귀한 줄 모르고, 너무도 흔해서 이쁜 줄 모르고 지나칩니다.

그러면서도 늘 마음 속으로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녀석도 멋드러지게 한 번 찍어줄까?

하늘에서 휘어져 내려오는 멋진 선을 얻고, 햇빛 담뿍 받은 저 붉은 꽃을 찾아 찍어야 할텐데.

가끔씩은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했지만, 구성이 엉성하고, 칙칙한 색을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날 점심을 먹은 후 산책도 할 겸, 몸의 갑갑증도 풀어낼 겸, 카메라를 메고 집 주변을 한 바퀴 휘익 돌면서 참 많은 풀꽃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날 짧은 시간에 만난 풀꽃들만 읊어보더라도 계요등으로부터 시작하여 돌콩, 부들, 으아리, 사위질빵, 흰쥐꼬리망초, 망초와 개망초, 밤을 기다리며 풀죽어 있는 달맞이꽃, 하늘타리의 꽃과 열매, 철없이 피어나는 배풍등, 한련초, 가시가 신경쓰이게 하는 며느리밑씻게, 그리고 이름을 알지 못하거나 기억의 저편에서 가물가물거리는 풀꽃들..... 그리고 곧 피어날 풀꽃들도 줄줄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떤 것을 하늘을 향하고, 어떤 것은 담벼락을 의지하며, 어떤 것들은 땅바닥을 기어가면서.... 이런 풀꽃들이 가까이에 있어 세상은 삭막하지 않고, 지친 몸과 마음과 영혼은 새 힘을 얻게 되겠지요.

 

 

계요등 꽃을 접사로 들여다 보았습니다.

무심코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속붉음으로 피어나는 꽃을 하얀 색의 레이스로 장식을 했네요.

안에는 수술인지 암술인지 작은 대롱들도 보입니다.

 

 

이 꽃은 하얀색의 레이스에 엷은 분홍빛으로 은은하게 물감을 들였습니다.

한껏 멋을 내어 화려하기만 합니다.

 

 

꽃들은 이렇게 무리 지어 필 때 더 아름다운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