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중머리 중학생 시절 음악 실기 시험이 있었지요. 아이들은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지정곡 보리밭을 한 소절 혹은 두 소절씩 불러야 했습니다. 보오오오 리이~ 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이~~~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머엄~춘다....
두어 소절을 제대로 부른 아이는 환한 웃음이 번졌고, 한 소절이라도 부른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지요. 그렇지만 많은 아이들은 보오오오오오리이이이밭도 채 끝내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보오~ 그리고는 멈추고 말았습니다. 처음부터 음을 잘못 잡았던 것이지요. 선생님은 더 이상 들어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자리로 들어가라는 사인을 했었지요. 얼마나 민망하고 쑥쓰러웠던지 까까중머리 삼 년 동안에 친구들 앞에서 불러본 노래는 보오~ 딱 두 글자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저와 비슷한 친구들이 두엇은 더 있었다는 사실이지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키들키들 웃게 됩니다만 그 친구들 어디에서 무엇하며 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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