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95 / 산부추

풀빛세상 2013. 11. 5. 17:23

 

 

 

 

 

 

 

'꽃들과 대화를 하니 사람 벙어리가 되지'

 

오래간만에 만난 누나가 오름길을 안내하고 있는 동생을 향해서 웃으며 톡 쏜 말이었습니다.

사람 벙어리..... 사람 벙어리....

사람을 만나면 벙어리가 되고

꽃들과 만나면 저절로 입끝이 벙글어지게 됩니다.

너 참 작은 것이 예쁘구나.... 발에 밟혔나? 꼬부라졌네. 아프겠다......

너도 벌써 피었냐..... 너는 이제 시들어가고 있구나.....

야~ 막둥이... 이제라도 너를 만날 수 있어 너무 행복하구나.....

너 참 좋은 모델인데 찍어 줄까?

때로는 마음으로 중얼중얼.... 때로는 입으로 중얼중얼......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꽃들과의 대화가 더 편할 때가 있지요.

사람 벙어리.... 사람 벙어리.....

 

산부추를 찍은 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네요

전망 좋은 산기슭에 떠억 자리를 잡고

흰구름이라도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배경이라면 좋겠지만,

무성한 풀밭에 낮은 키로 피어있는 산부추를 달리 찍을 방법이 없어

땅바닥에 엎드려서 잠시 대화를 나누고 몇 컷 찍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