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아홉 시 반이었습니다 아들아, 잠시 다녀오마. 뭐하게요 볼일이 하나 있단다. (TV) 리모콘을 가지고 가게요? 문밖으로 나서는 아빠의 손에는 자동차 키가 아니라 리모콘이 들려 있었습니다. 씩 웃으며, 리모콘을 내려놓고 자동차 키를 집어 든 아빠, 아들아, 나이 들어봐라. 다 이렇게 된단다.
아들아, 산박하라는 꽃도 있단다. 너무 흔해서, 너무 평범해서.... 해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그렇게 살아왔구나. 아빠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너도 많이 컸구나. 이제 어른이 다 되었구나. 특별히 이룬 것도 없고, 쌓아 놓은 것도 없고..... 아빠도 들길 산길의 작은 풀꽃처럼 살아왔단다. 네 아빠의 아빠처럼 그렇게 살아왔단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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