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94 / 오이풀

풀빛세상 2013. 10. 18. 19:24

 

 

 

 

 

   

 

오이풀의 꽃을 본 적이 있나요?

그 작고 작은..... 너무도 작은....

오이풀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나요?

아무리 코를 킁킁거려도 오이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감은 점차 퇴화되어 가며,  

기억력, 계산력, 암기력, 그리고 공간 지각력까지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훗날 우리 몸의 모든 감각이 망가지게 된다면

하늘의 그분이 우리를 불쌍히 여겨

머리 위에 더듬이 하나씩 올려 주실까요?

 

더듬이로 길을 찾고

더듬이로 사랑을 하며

더듬이로 숲 길의 오이풀과 교감을 나누다 보면

하늘의 그분이 상실된 우리의 미래를 조금씩 조금씩 회복시켜 주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