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 이야기 160 / 제주달구지풀

풀빛세상 2013. 8. 19. 19:22

 

 

   

 

 

무슨 꽃인가요? 곁에서 호기심어린 말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갑자기 꽃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뭣이더라.... 한라???? 한라돌쩌귀는 아니고...... 갑자기 정신이 먹먹해졌습니다.

자꾸 꽃이름도 잊어먹어요. 나이가 들다보니 헛헛헛... 헛웃음으로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꽃이름이 뭘까, 뭘까.... 한동안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중 갑자기 달구지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제주달구지풀이라고 합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제주달구지풀의 꽃이라고 해야하겠지요.

한라산 높은 곳, 적어도 1600 고지에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제주특산종입니다.

모여 피는 작은 꽃들이 부채살처럼 퍼지고

그 아래로 소나 말이 끌고 가는 짐수레(달구지)의 바퀴살을 닮은 다섯 장의 꽃받침이

꽃을 떠받들고 있기에, 아름답고도 도도한 여왕의 풍모를 느끼게 합니다.

약간 투명한 느낌이 드는 분홍의 작은 꽃은 부근의 다른 꽃들보다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풀숲 사이 한뼘 키높이로 고이 피어있는 꽃을 찍기 위해서는  엎드려야 하기에,

우리는 이런 모습을 빗대어 '꽃님을 알현한다'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지요.  

꽃을 찍다보면 이 표현이 무척 마음에 와 닿을 때가 있습니다.

귀하신 꽃님을 함부로 대할 수 없어 엎드렸으니 허락해 주옵소서.

이런 경건한 마음으로 그네들을 만나 사진을 찍고, 조용히 뒤돌아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그날 저도 제주달구지풀을 알현하고 나왔습니다.

작은 행복. 그렇지요. 참 작은 행복이지만... 가끔씩 지나온 꽃님들이 눈에 아른거릴 때가 있습니다.

 

꽃님들을 알현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풀빛세상,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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