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59 / 흑난초

풀빛세상 2013. 7. 9. 19:27

 

 

 

 

 

 

 

 

 

 

참으로 오래 전, 텔레비전에서 '뿌리'라고 하는 12부작의 미니시리즈가 방영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1977년에 미국에서 제작되었다고 하네요.

미국의 흑인 노예들의 역사를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하지만

충격적인 장면들과 진한 감동을 안겨주는 내용들은 

항상 의식의 밑바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나온 내용일까요?

학대하는 백인 주인에게 흑인 노예가 이렇게 외쳤던 것 같습니다.  

-검은 내 피부 안에도 당신네들과 똑같은 붉은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피부색은 달라도 인간의 존엄성은 같다는 절규였지요. 

 

흑난초가 피었으니 찾아서 찍어보라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짬을 내어 달려가 숲길을 더듬은 끝에 찾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온 몸은 땀으로 젖었지만 그 순간의 기쁨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겠지요.

카메라를 설치한 후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고.....

흐린 하늘의 나무 그늘 아래에 도도하게 서 있는

검은 자주색의 꽃들을 담아내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귀한 꽃이기는 하지만 예쁘지는 않다고요.

그래도 들여다보니 예쁜 구석이 있다고요.

 

그런데 이 꽃을 보는 순간, 비교적 흔하면서도 그 아름다움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

옥잠난초와 비교가 되었습니다.

겉모습은 다 같은 듯 한데, 꽃잎도 비슷하거나 같은 모습인데,

한 종류는 옥잠이라 불리고

다른 한 종류는 흑난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그러면서 머리 속에는 계속해서

뿌리, 쿤타킨테, 백인과 흑인.... 이런 생각들이 뱅글뱅글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