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80 / 백리향

풀빛세상 2013. 8. 16. 16:20

 

 

 

 

'즈려밟고' '지려밟고' 어느 것이 맞습니까?

우리말 겨루기에 나온 문제였지요.

소월의 시에 익숙한 우리들은 당연히 '즈려밟고'가 맞으리라고 했지만

'지긋이 내리밟다'는 뜻의 '지려밟다'가 맞습니다라는 설명에

'진달래 즈려밟고 가시옵소서'의 낭만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높은 산에 가면 백리향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향이 강해서 백리향이 아니라,

땅과 바위에 깔려서 자라는 작은 꽃들을 밟게 되면 신발(짚신)에

즈려밟혀진 꽃의 향이 묻어 백리를 따라간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만약 소월이 백리향을 알았더라면 '백리향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라고 읊지 않았을까요?

 

그날은 자욱한 안개 속에 즈려밟히면서 피어나는 백리향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너무 늦게 찾아갔던 것이지요.

그 대신 늦둥이 몇 개체가 있어 접사놀이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랬지요.

백리향, 나는 누구의 백리향일까요?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그리운 그대들은.... 나의 백리향..... 그리운 꽃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