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56 / 흰그늘용담

풀빛세상 2013. 6. 8. 11:30

 

 

 

 

 

한라산 높은 곳에 가면 해맑은 꽃들이 점점이 피어납니다.

흰그늘용담이라고 하지요.

용담과의 식물이요, 적어도 해발 1500m를 올라가야 볼 수 있는 고산식물에 속하고 있으니 아랫동네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힘들여 산길을 오르고 또 올라 헉헉거리던 숨을 멈추게 되면 발 아래로 펼쳐진 풀들 사이로 하얀 꽃들이 점점이 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는 길이 바빠 지나치겠지만, 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야 꽃이다, 참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어 기념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엎드려 사진을 찍고 있으면, 누군가는 이렇게 물어봅니다. 무슨 꽃인가요?

흰그늘용담입니다.

아~ 흰그늘용담 흰그늘용담....

그네들 중에 어떤 이는 꼭 기억해야 할 소중한 꽃 이름인 것처럼 몇 번을 뇌이고 또 되뇌이기도 합니다. 

흰색의 꽃이요, 용담과의 꽃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왜 그늘이라는 이름이 들어갔을까요?

그늘이 아니라 햇살이 잘 드는 풀밭에서 맑고 맑은 태양을 바라보며 피어나는 꽃이기에 차라리 흰태양용담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때가 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피어나는 하얀 색의 맑은 꽃, 해맑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봅니다.

해맑음이란 하얗고 맑다라는 뜻이기에, 이 꽃에 어울리는 단어이겠지요.

해맑음이란

남성적이  아니라 여성적이며,

소설가가 아니라 수필가나 시인에게 적합하며,

육체성이 아니라 정신성을 나타내는 단어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것이 편견일지라도, 아무려면 어때요. 그렇게 느껴진다는데.

해맑은 얼굴, 해맑은 피부, 희고 맑고 깨끗한 여인의 모습이겠지요.

해맑은 정신, 생각하는 것이 맑고 깨끗한 사람을 떠올려 봅니다.

해맑은 영혼, 세속성을 극복하면서 깊은 영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영성의 대가들을 떠올려 봅니다.  

 

해맑음으로 살 수 있을까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부담스럽게 느껴지네요.

한 번도 그렇게 살아온 적이 없거든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자신이 없거든요. 

해맑음이란 하늘에 속해 있는 단어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한라산 높은 곳에는 해맑은 꽃들이 피어납니다.

해맑음으로 살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해맑음으로 피어나는 꽃들을 마음에 담아봅니다.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이기에.

 

 

 

'풀꽃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꽃이야기 158 / 타래난초   (0) 2013.06.29
풀꽃이야기 157 / 노란별수선   (0) 2013.06.18
풀꽃이야기 155 / 탱자나무   (0) 2013.04.18
풀꽃이야기 154 / 큰구슬붕이   (0) 2013.04.09
복수초   (0) 2013.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