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67 / 개감수

풀빛세상 2013. 5. 22. 21:53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있었다는 이야기이지요.

어떤 농부가 깊고 깊은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신선들 바둑 두는 것을 보게 되었다지요.

해는 뉘엿뉘엿 지고, 바둑은 끝이 났기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니 도끼자루는 썩어 있었고,

마을로 내려가니 증손들이 집의 주인이 되어 있더라고 합니다.

내용은 그럴듯 하지만, 이 속에는 현실의 고달픔을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슬며시 숨기고 있지요.

 

개감수라고 하는 식물의 열매를 찍어보았습니다.

저 동그란 열매는 좁쌀 두 알을 올려놓은 정도가 될까요? 들깨알 보다는 확실히 작고.....

그렇지만 들여다볼 때마다 신비로움에 말문에 막히게 됩니다.

이 작고 작은 것에 초점을 맞추고, 빛의 방향을 고려하면서 카메라를 움직일 때는 작은 숨소리 하나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지요.

 

시간이 흘러갑니다.

아니 시간이 멈추어 버립니다.

어느 정도 작업이 끝나 뻣뻣해진 허리를 펴고 숲을 벗어나려고 하면 어느새 시간은 저 앞서 달려가버립니다.

도끼자루 썩는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잠시나마 살아가는 날의 시름을 맑고 서늘한 숲 속에 내려놓는 순간이기도 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