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68 / 옥잠난초

풀빛세상 2013. 5. 25. 14:46

 

 

 

 

맑은 옥을 얇게 저미어 깎고 또 깎아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쟁'하는 맑은 옥소리가 들려올 듯 합니다.  

어느새 장인의 이마에서는 땀이 송송 맺히면서 입꼬리가 벙긋 저절로 미소가 번져났겠지요.

아름답고 신비로운 옥잠난(난초)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옥잠난 혹은 옥잠난초라고 합니다.

구슬 옥(玉)에 비녀 잠(簪)을 사용했으니, 구슬로 만든 비녀라는 뜻이네요.

전국의 따뜻하고 습한 산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숲 속의 풀꽃들을 찍으면서 '경외'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야레'라고 하며, 엎드려 떨며 경배한다는 뜻입니다.

풀꽃들을 만들어 흩뿌려 놓으신 그분 앞에 신비라는 단어로는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찾을 수 있는 단어가 '경외'였습니다. 

경외, 신에게 바쳐진 단어이지요.

오직 그분만이 해마다 철마다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에 뿌려놓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