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65 / 등심붓꽃

풀빛세상 2013. 5. 19. 18:15

 

 

 

 

 

등심붓꽃이란 등심과 붓꽃의 합성어이지요

등심이란 등불의 심지를 뜻하며, 꽃이 피어나기 직전의 모습이 등심을 닮은 붓꽃이라는 뜻입니다.

 

아내는 늘 불만이 있습니다

남편에게 반듯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다니라고 말하며,

당신은 넥타이 메고 양복을 걸치면 괜찮은 사람인데.... 도대체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남편은 공식적인 날의 자리가 아니면

꾸질꾸질한 바지에 허름한 겉옷을 걸치고 허적허적 걸음을 옮겨갑니다.

마치 자유로운 영혼은 원래 그래야 하는 것처럼.....

 

옛날부터 붓은 선비의 도구요, 붓꽃은 선비의 기개를 보여주는 꽃입니다.

선비는 꼿꼿해야 한다는데,

꼿꼿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데,

행동거지가 꼿꼿해야 한다는데,   

 

들판 풀밭의 등심붓꽃이 비록 작아도 꼿꼿하기만 합니다.

저 작고 하찮은 꽃도 꼿꼿하게 하늘을 향하고 있는데,

오늘도 아내의 말이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른아른 들려옵니다.

여보, 당신도 반듯하게 차려 입고 다니면 안 돼?

 

그렇지만, 여보,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까?

등심붓꽃, 저 해맑은 모습, 전혀 꾸밈이 없잖아. 그래도 저렇게 아름다운 걸.

따스한 날 산들바람이 불면 간들간들 저렇게 자유로운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