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들을 너무 좋아해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좋아함이 사랑이 되고, 사랑이 지나치면 애증(愛憎)이 되니까요? 할 일은 쌓였는데 마음이 먼저 저 멀리있는 꽃밭으로 내달릴 때가 있고, 어느 순간 발걸음도 마음을 따라잡기 위해서 그곳으로 향하기도 합니다. 수천 종이 넘는 풀꽃들을 어떻게 다 만날 수 있나요? 작년에 만났던 그 꽃, 해가 돌아오면 다시 만나고픈 마음으로 눈앞에 어른거리기도 하지요. 가야지, 가야지, 그곳으로 달려가야지... 마음을 떠나 보낸 몸은 천근 만근 무거울 때도 있습니다.
차라리 멀리 있어 평생 만날 수 없다면 미리 마음이라도 접겠는데, 가까운 그곳에 있을 것 같은 풀꽃들을 만나지 못할 때의 허전함이 밀려올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느 순간 발 밑에 그 작은 풀꽃이 바람에 까닥거리며 인사를 하면 아~ 너 거기에 있었구나.... 만나서 반가워.... 내 마음속의 풀꽃과 들판의 풀꽃이 서로 만나서 행복의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별꽃에도 종류가 여럿 있습니다. 별꽃, 쇠별꽃, 큰별꽃, 개별꽃, 큰개별꽃..... 요즘은 초록별꽃도 있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그 많은 별꽃들 중에서 으뜸은 뚜껑별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꽃이 지면 뚜껑이 달린 씨방이 생겨서 뚜껑별꽃이라고도 하고요, 어떤 이는 코르크 마개를 따는 병따개를 닮았다고도 하고요, 어떤 이는 솥뚜껑 모습이라고도 합니다.
초록벌판에 보라색의 작은 별꽃이 바람에 까닥거리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꽃을 보라별꽃이라고 합니다. 훨씬 정겨운 이름이지요. 짠 바람이 살랑거리는 바닷가, 봄햇살이 따가울 때 활짝 피어나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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