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61 / 비자란

풀빛세상 2013. 5. 15. 00:12

 

 

 

희귀: 드물어서 매우 귀하다

드물지 않다면, 흔하다면 매우 귀하지 않다는 뜻일까요?

제주에는 희귀 야생난들이 제법 여럿 있습니다.

희귀하다는 말은 개체수가 몇 남지 않았다는 뜻이겠지요?

그 말 속에는 원래는 그렇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그렇게 되었다는 씁쓸함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 때 그 섬에는 수많은 야생난들이 제각각 자리를 지키며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살았습니다.

그 멋스러움과 향에 반한 사람들이 채취를 시작했고,

약간의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이 그것들을 캐고 파고 뽑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높은 곳에 매달려 있으면 톱으로 나무를 밑둥부터 자르기도 했지요.

이렇게 해서 야생상태에서는 완전히 사라져버린 귀한 야생난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비자란, 원래는 비자나무에 많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멀리 있는 그 숲, 모두에게 공개된 소나무 위에 몇 개체가 보호를 받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올해도 꽃을 피웠네요.

꽃이 피었다더라는 소문이 나면서 와글와글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육지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많은 분들이 내려와 경쟁적으로 그 꽃을 찍고 있네요.

어떤 이는 의자를 가져다 놓고,

어떤 이는 나무에 사다리를 걸쳐 놓고,

어떤 이는 망원으로 당겨서....

 

너무 아름답네요. 반할 만큼 아름답기도 하네요.

그렇기 때문에 모두 수난을 당하여 이제는 공개된 한 곳,

그 나머지는 공개되지 않은 어딘가에서 몇 개체가 보호받으며 그 생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탐욕은 모든 죄의 근원이라고 하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