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이라도 빛이 부족하여 어둠침침한 숲 속 수북히 쌓여있는 낙엽을 헤치며 새하얀 자태를 드러내는 식물이 있습니다. 손가락 하나 높이가 될까요? 여리고 여린 피부는 너무도 빨리 쉽게 상해버리기 때문에 흠없이 싱싱할 때 찾아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낙엽부생식물이라고 합니다. 푸른 잎이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북히 쌓여 썩어가는 낙엽에서 양분을 취해야 합니다. 기온은 따뜻해야 하고, 적절한 습도가 유지되어야 하며,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까이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들이 만족되는 몇몇의 자생지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희귀식물입니다.
몇 해 전 참으로 어렵게 이 식물을 찾아 만났습니다. 꽃친구님에게 정보를 얻어 달려간 후 전화통화를 계속하면서 그 장소를 찾을 수 있었지요. 그 때의 흥분은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첫 인상은 숲 속의 외계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어디에선가 뚜뚜뚜뚜 그네들만의 주파수로 외계와 교신을 하는 것이리라고 상상을 했지요. 올해 또 찾아 만났습니다. 누군가 먼저 찾아간 손님들이 사진을 멋지게 찍겠다고 낙엽을 말갛게 치워놓았기에 사진을 찍기는 편했지만 마음은 불편했습니다. 그냥 낙옆을 그대로 둔 채, 최소한으로만 정리를 하면 어떨까 하면서요.
이 아름다운, 너무도 아름다운 식물들, 오래 오래 우리 곁에 머물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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