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51 / 남방바람꽃

풀빛세상 2013. 4. 20. 17:16

 

 

 

 

 

풀숲의 여왕 남방 바람꽃이 피었습니다.

육지의 한 곳, 제주도의 한 곳에서 피어나는 참 아름답고도 귀한 꽃이지요.

육지에서 피는 꽃은 꽃잎에 붉은 기운이 강하게 돌지만,

제주의 꽃은 거의 순백에 가깝기 때문에 한라바람꽃이라고도 합니다. 

 

사진을 찍는 분이라면, 특히 야생화를 찍는 분이라면,

작품 사진을 찍을 것인가, 생태 사진을 찍을 것인가 선택해야 합니다.

한쪽을 선택해서 집중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까운 시간만 흘러 보내게 됩니다

 

사진 전시회에서 만난 원로 사진작가님의 진지한 조언이었습니다.

 

생태사진이란, 생명의 건강성을 추구하며, 그렇지 못한 현실을 고발하는 기능을 가지겠지요.

반면에, 작품사진이란 표현하고자 하는 사진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누군가의 말을 빌리자면, 작가주의적 사진이라고도  합니다.

넣을 것은 넣고 뺄 것은 빼고,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하며,

때로는 약간의 인위성을 더하기도 합니다.

 

저의 사진 출발점은 생태와 생명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함께 사진을 배우는 꽃친구님이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진을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그 후 자기의 세계를 찾아가야 합니다.

 

극단적인 예를 들기 위해서 두 장의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위의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소위 생태주의적인 관점의 사진이지요.

거친 환경 속에서 도도하게 피어나는 생명의 건강함이 느껴집니다.

아래 사진은 어설프지만 조리개를 조절하고,

빛의 양과 거리를 계산하면서 작품의 흉내를 내었습니다.

이 사진이 작품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두 사진은 확연한 차이를 가지게 됩니다.

 

앞으로 제가 가야 할 길, 제가 찍어야 할 사진은 어느 쪽일까요?  

인생의 남은 시간, 생명 생태 환경이라는 주제의 학습에 더욱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텐데

몸과 마음은 자꾸 게을러지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