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사자 조각상 앞에서 아이가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아빠, 저 사자는 원래 돌 안에 있었던거야? 아저씨들이 저 사자를 꺼집어 내었어?
저명한 미술평론가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조각가는 돌 안에 있는 사자를 보고 꺼내는 자이다.
밭둑을 걸어가면 너무 흔해서 발에 밟히는 꽃들이 있습니다 너무 여린 풀잎이 짓뭉개질 때마다 아야 아야~~ 외마디 비명소리를 지르겠지만 우리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부터 초록의 바다에 점점이 피어 있는 이 꽃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마주보는 두 장의 이파리가 돌려가며 피고(쌍떡잎 식물) 그 위로 하얀 꽃이 피며 꽃잎은 다섯 장이지만 깊이 갈라졌기 때문에 열 장으로 보이고 그 안으로 암술 수술들이 가지런하며 수술의 모습은 아주 작은 성냥개비처럼 생겼다. 꽃들은 한꺼번에 피지 않고 차례를 기다리기에 휘어진 그 모습 또한 예쁜 형태를 구성한다. 한 송이 꽃은 외롭고 둘 혹은 세 송이면 적당하며 더 이상 많아지면 산만해지기 쉽다.
적절한 모델을 찾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네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이미 내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구상하고 있는, 구성되어 있는 모델을 찾은 후 그 앞에 웅크리고 앉아서 진지하게 그네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네 예쁜 모습을 찍어 줄께. 잠시만 기다려. 녀석들은 작은 바람에도 까딱까딱 흔들흔들.... 애를 먹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꽃 그 자체를 찍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내 속에 들어 있는 꽃송이를 꺼집어 낸 것일까요? 흔한 꽃들이지만 계속 친하며 관찰하며 마음의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 새 꽃들이 내 안에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빨리 꺼집어 내어 달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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