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55 / 탱자나무

풀빛세상 2013. 4. 18. 20:18

 

 

 

 

가시가 무시무시한 탱자나무에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왜 이 나무는 이렇게 무서운 가시를 가졌을까요?

보리가 피는 계절이면 순백의 꽃을 피우지만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가을이면 노란 열매를 맺지만 강한 신맛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도 않습니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보호하려고 이렇게 거친 가시를 촘촘하게 달았을까요?

 

나는 누굴까 나는 누굴까라는 노래가 있지요.

서러운 듯, 절규하듯 부르는 그 가수의 모습이 지금도 눈과 귀에 생생합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불교에서는 나를 버려 나를 찾는다고 합니다. 이것을 공(空)이라고 했던가요?

온전히 나를 버려 나를 찾을 수 있다면 도를 통하고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했겠지요.  

기독교에서는 근원적인 죄를 짊어지고 있는 나를 위해서 하늘 그분이 내려오셨다고 하지요.

나를 위해서 자기를 버리신 그분으로 말미암아 나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하지요.

이것을 구원이라고 합니다.

 

한자어에서 나를 가리키는 글자 아(我)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원 안에 곡선을 휙휙 그어간 이 글자는 정말 아름답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글자를 파자(破字)하면 어떻게 될까요?

손(手)에 창(戈)을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창은 곧 칼(刀)이기도 하지요.

나(我)란 손에 창 혹은 칼을 들고 있는 존재라는 뜻이겠지요.

왜 손에 칼과 창을 들었을까요?

 

연약한 탱자나무가 무시무시한 가시로 무장했습니다.

누군가를 찌르기 위함일까요? 아니면 연약한 나를 방어하겠다는 자기 보호본능일까요?

혹시 내 속에 있는 두려움, 그것이 가시가 되고 칼이 되고 창이 되었을까요?

 

가끔씩 생각해 봅니다.

내 속에 있는 날카로운 가시,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버릴 수 없는 나의 일부분일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마저도 사랑하며 살아야 할까요?

때로는 너를 찌르고, 때로는 나를 찔러 아프게 하는 내 안에 있는 가시, 그것은 무엇일까요?

버릴 수 없는 그것, 뽑을 수 없는 그것, 아파도 품어 안고 가야 하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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