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38 / 봄봄 동백꽃

풀빛세상 2013. 2. 10. 16:24

 

 

  

 

남쪽나라의 2월은 벌써 봄기운이 느껴집니다. 땅에는 푸릇푸릇 연두색의 풀들이 자리다툼을 하면서 조금씩 그네들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싸락눈이 싸락싸락 내리는 날이면 '에취~ 추워' 하면서 그 여린 잎새들이 풀죽은 얼굴을 할 것 같은데도, 땅으로부터 밀어올리는 생명의 기운은 당당하기만 합니다. 봄이 가까운 듯 하네요. 어쩌면 그네들은 벌써 '봄이야, 봄이 왔네' 외치며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남쪽나라 곳곳에는 진붉은 동백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저 멀리로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약간 아래로 숙인 것으로 보아 이륙이 아니라 착륙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참 단순한 풍경인데, 알싸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럴 때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할까요?

봄봄.... 동백꽃.... 김유정..... 옛날 교과서에서 읽고 배웠던 내용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벌써 오래 전의 일이었기에 내용들은 사라지고 몇 개의 단어들만 남았습니다. 마치 수백 수천 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단단한 뼛조각 몇 개로 현대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고대의 유물들처럼요. 수없이 많은 작가들과 작품들을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고, 문제의 답을 풀었지만, 모두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는데, 왜 김유정의 봄봄과 동백꽃 그리고 김동리의 감자와 복례 등등의 제목과 단어들은 항상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요? 토속성과 우리의 정서이기 때문일까요?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은 남쪽나라에서 피는 발간 동백이 아니라 강원도의 산에서 자라며 노란꽃을 피우는 생강나무의 사투리라고 알려줍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소년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동백꽃은 붉게 피었다가 톡 떨어져 앉은 자리를 벌겋게 물들이는 바로 그 꽃이었습니다. 과학과 합리성보다 더 깊고 원초적인 것은 낭만과 감성이 아닐까요? 어쩌면 그 깊은 곳을 탐색해 들어가면 신과 만나게 되는 신비의 영역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봄봄.... 동백꽃.... 알싸한 느낌....

2월은 점점 깊어가고 봄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