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37 / 세월과 시간

풀빛세상 2013. 2. 7. 11:32

 

 

 

 

참 많은 세월(歲月)이 흐른 것 같네요. 흔적이 남았습니다. 비와 바람과 진눈깨비와 이슬과 서리와 그리고 이끼가 만들어낸 검버섯, 담쟁이넝쿨.... 

세월(歲月)이라는 단어를 시간(時間)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쓸 수 있을까요. 세월(歲月)이 흘렀다는 말은 해(歲)와 달(月)이 바뀌고 또 바뀌었다는 뜻이라면 시간(時間)이라는 단어는 종교성을 담고 있습니다.

 

시간(時間)은 절(寺)에 해(日)가 뜨고 지는(間)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절(寺)이란 불교 이전에 만들어진 글자요, 깨달음을 찾는 장소를 뜻한다면 불교의 절, 기독교의 교회, 천주교의 성당, 그리고 수도원과 영성센터 등등을 포함하겠지요. 그렇지만 겉으로 보이는 건물이나 형태로만 해석한다면 지나치게 세속주의가 될 듯 하기에, 홀로됨이든 함께함이든 진지하게 하늘과 땅 그리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 추구하여 앉은 그 자리가 절(寺)이 되지 않을까요. 

깨달음이 있는 그곳에 해가 뜨고 지고.... 그것만이 시간으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면.....

 

깨달음이란 무엇일까요. 깨달음을 찾는 장소인 寺를 다시 한 번 풀어 봅니다. 흙 토(土)에 마디 촌(寸)으로 이루어졌으니 결국 한 줌의 흙이 되겠네요. 인생이란, 인간이란, 살아서 온 세상을 품을 듯 하지만 죽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뜻일까요. 

'인생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지라'

교회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 날인 재의 수요일이 되면 예배자들의 이마에 재를 발라주면서 하는 말입니다.

 

시간의 의미성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오래 오래 천년 만년 살면서 태산보다 높은 것을 이루었다 할지라도 깨달음 혹은 하늘의 그분과 연결되지 않은 시간이라면 무시간(timeless)이요 무의미성(meaninglessness)이요 헛됨(nothing)이라고 말해야 하겠지요. 그러나 하루를 살았더라도 깨달음(寺)과 연결되어 있을 때 시간은 영원성을 획득하게 되겠지요. 

 

돌담 위에 새겨진 검버섯과 담쟁이넝쿨이 지나간 흔적들, 그리고 살아온 저의 날들은 세월일까요. 시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