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32 / 춥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풀빛세상 2013. 1. 18. 17:23

 

 

 

아빠, 오늘은 날씨가 조금 풀렸어요.

그래, 얼마나 풀렸냐?

예, 낮에는 영하 8도쯤 되었어요. 어제는 영화 14도였거든요.

아니, 풀린게 그 정도야, 여기는 영상 8도인데.....

추위에 돌돌 떨면서도 공중전화를 붙들고 안부를 전해오는 아들이 몹시도 대견해 보였습니다.

이 추위를 견디면 더욱 의젓해지겠지요. 아들의 엄마는 이렇게 응원을 합니다.

확실히 남자는 군에 다녀와야 남자다워지고 철이 드는 것 같다고요.

 

춥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요?

시린 손을 싹싹 비비고, 발은 동동거리다가 폴짝 뛰기도 하고,

때로는 추위야 물렀거라면서 어깨를 쫙 펴기도 하지요.

모두들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참고 견디다보면 따뜻한 봄날이 올 거라는 희망이 있었지요.

그 희망마저 흐릿해 지는 날, 곁 사람들이 작은 불씨들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따스한 말 한 마디, 물 한 잔, 풀빵 한 조각...... 힘 내라고요. 함께 살아보자고요.

이것은 옛날 옛적의 이야기였을까요? 딴 세상의 이야기였을까요?

 

요즘 갑자기 흉악범죄, 자살, 고독사 등등의 뉴스들이 홍수처럼 밀려옵니다.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칠년 만에 하얀 백골을 발견..... 세상이 너무 메말라졌습니다.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 사람이 존재했던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못합니다.

추운 날씨보다 마음이 더욱 추워집니다. 어~ 추워 어 추워 에취.....

 

이런 날 따스한 화롯불이 무척 그리워집니다.

참 작은 불씨들이 모였지만 옹기 종기 둘러 앉은 이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었지요.

도란 도란거리는 말소리에는 정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산다는 게 별 거 있나요. 이렇게 살면 되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