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속의 이야기

풍경 속의 이야기 27 / 억새

풀빛세상 2012. 12. 9. 17:36

 

  

 

공자님은 쉰의 나이를 지천명, 하늘의 명(뜻)을 안다라고 했습니다만,

이것은 그분에게 해당되는 말일 뿐

보통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나이 쉰을 넘겨 공자님이 말씀하신 지천명의 경지에 도달한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나이를 헛먹었다는 뜻이 아니라 그분이 말하는 경지가 너무 높기 때문이겠지요.

언제쯤 철이 들게 될까요?

철 들자 죽음이 눈 앞에 와 있더라는 이야기를 누가 했을까요?

 

나이 들어 어떻게 학문을 합니까? 젊었을 때 해야지요.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던 신학대학 교수님이 조용하면서도 진지하게 이렇게 말했겠지요.

유대인들의 랍비 교육은 쉰이 넘어야 시작합니다.

인생을 살만큼 살아 성숙해진 분들이 학문의 세계에 들어갈 때 깊고 넓은 것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가을, 메마른 억새들의 서걱이는 소리,

바람,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그 무엇,

가을과 바람이 만나 세상이 소란스러워졌습니다.

그네들이 끝없이 와글거리건만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네요.

그네들의 말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는데,

아직도 마음의 귀가 열리지 않아 갑갑증을 느껴봅니다.

 

언제 언제쯤이면 될까요?

하늘과 땅과 바람과 구름과 나무와 풀들 새들과 늦가을 억새들

그리고 그들과 어우러지는 '나'를 보게 될까요?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위에 있는 모든 것들 만드신 그분이 숨겨 놓으신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조금이라도 엿들을 수 있을까요?

언제쯤이면 마음의 귀가 열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