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52 / 누린내풀

풀빛세상 2012. 11. 25. 17:03

 

  

 

옛날 초등학교(그 당시 국민학교)의 학생들에게 네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첫 번째가 대통령이요, 두 번째는 장군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무엇으로 바뀌었을까요? 요즘 애들은 영악하다고 하던데.... 앞으로 5년간 국정을 책임지고 갈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두 분의 유력한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진흙탕 싸움을 하겠지요. 그분들도 어릴 적의 꿈이 대통령이요 장군이었을까요? 아니면 좀 더 현실적인 꿈을 꾸며 달려오다가 어느 순간 운명의 이끌림에 의해서 영광스러운 심판의 자리에 서게 되었을까요?

 

오늘 소개하는 꽃은 누린내풀이라고 합니다. 여름이 한풀 꺾이는 서늘한 9월에 피어나는 꽃이지요. 티없이 맑고 깨끗한 하늘을 배경으로 간들거리며 피어나는 보랏빛의 작은 꽃들을 보는 것은 행복이요 설레임입니다. 그렇지만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그냥 눈으로만 보세요 하는 걸까요? 자칫 꽃대에 몸이 닿거나 혹은 강한 바람이 훅 불어 세차게 흔들리기라도 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강한 악취를 풍기면서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내쫓아 버립니다. 저도 한 번은 이 꽃에서 뿜어 나오는 강한  누린내에 속이 메스꺼워 뛰쳐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꽃의 향기는 우리의 후각을 자극하면서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그렇지만 자연계에는 꽃의 아름다움과는 정반대로 악취를 풍기는 꽃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체꽃이 있겠지만 우리의 것은 아닙니다. 누리장나무, 나무잎에서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쥐오줌풀에서는 쥐의 오줌 냄새가, 노루오줌에서는 노루의 오줌냄새가, 계요등에서는 닭의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꽃들이 많이 있겠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누린내풀의 악취는 제대로 맡아본 자만이 알 수 있겠지요.

 

그러면 왜 꽃들의 냄새는 한결같지 않을까요? 어떤 꽃들은 겉모습과는 달리 우리의 정신을 멍멍하게 하는 악취를 풍길까요? 자연의 신비를 어찌 다 알 수 있겠습니까? 아마도 꽃들의 수정을 도와주는 곤충들은 우리 인간들과는 다른 습성을 가졌기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는 악취라고 하지만 그네들에게는 유혹의 냄새가 될 수 있습니다. 똥파리는 똥의 냄새를 좋아하듯이.

 

 

누린내풀의 꽃은 꽃들 중에서도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마치 옛날 과거 급제자들에게 왕이 하사했던 어사화를 닮아 있기에, 어사화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지요. 그네들은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관모에 어사화를 꽂고는 몇 날 며칠동안 거리를 돌며 과거 급제자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옛날 과거에 급제하여 국가 관리가 된 분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백성을 섬기는 자가 아니라 군림하는 자가 되었고, 청백리가 아니라 탐관오리가 되었다고 하지요. 그네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영광의 향기가 아니라 탐욕의 악취가 풍겼다고도 하지요. 그래서 그렇게 된 것일까요? 어사화를 닮은 누린내풀에서 악취가 나는 것이.

 

옛날과 달리 요즘은 국민들의 투표로 대통령을 뽑고 또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을 선출하게 됩니다. 그네들에게 냄새가 유별난 누린내풀꽃을 한 다발씩 전해주면서, 백성을 올바르게 섬기지 않으면 이렇게 악취가 난다고 교훈을 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관청 곳곳에 누린내풀 심기 운동이라도 벌려야 할까요? 제일 먼저 청와대 뜰의 한 중심에 심어 통치자의 마음을 각성시켜야 할 풀꽃이 아닐까 혼자만 곰곰 생각해 보게 됩니다.

 

참고로, 조선시대의 어사화의 모델은 일명 양반꽃이라고 불리는 능소화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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