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49 / 괭이밥

풀빛세상 2012. 9. 26. 13:13

 

 

 

 

 

생화를 찾아 담기 시작한지도 몇 년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주변의 풀꽃들에서부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희귀한 꽃, 특이한 꽃들을 찾아 담기 시작했고,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초심이라는 것에서 멀어지게 되겠지요.

그날도 우리는 야생화를 찾아 담기 위해서 길을 나섰습니다.

식당의 담벼락 위에 있는 흔하고 흔한 풀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들고 있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무턱대고 찍었습니다. 뭔가 보물을 발견한 듯이요....

그날 하루 종일, 아니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무심코 담은 이 꽃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흔하고 흔한 풀꽃입니다. 발길에 채이고, 어릴적 소꿉놀이의 찬거리였기도 했던 풀꽃, 봄 여름 가을, 가리지 않고 피어나는 풀꽃, 겨울이라도 남녁의 양지바른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풀꽃, 가장 '우리'답기도 하고, 다시 생각하면 가장 '나'다운 꽃이라는 동일시의 감정일까요?

 

옛날 가수 이종용씨의 '바보처럼 살았군요'를 들어봅니다.

어느날 낙엽지는 소리에 텅 빈 내 마음을 보았죠..... 저 떨어지는 낙엽처럼 그렇게 살아온 인생은.....

무척 마음에 와 닿습니다.

 

모임에서는 거대담론을 논하자고 합니다.

세상의 부조리를 인식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힘을 보태라고도 하지요.

젊었을 때에는 거대담론에 몰입했던 적이 있었지요.

마치 그렇게만 하면 세상이 변화할 것이라는 신념이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도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세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꿈들이 깨어져 내릴 때의 스산함은 오래 오래 잔설(殘雪)로 남았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고, 생명유지하기에 급급한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은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생의 의미에 대해서 탈출구 없는 질문만 던져봅니다.

 

괭이밥이라고 합니다. 괭이풀이라고 해도 괜찮겠지요. 따스한 봄날 양지바른 곳에 노랗게 피어있는 꽃의 색갈이 나른하게 졸고 있는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는 유래가 있습니다. 흔하고 흔한 풀꽃, 어릴적 소꿉살이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풀꽃, 여자애는 엄마가 되고, 남자애는 아빠가 되고, 조금 더 어린 애들은 아들과 딸이 되었고, 흙을 담아 밥을 짓고, 풀꽃들을 뜯어 나물을 무치면서 놀았지요. 거뭇거뭇한 손과 발과 얼굴은 흙투성이가 되었어도 아이들은 즐겁기만 했었습니다.

 

돌담 위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꽃의 당당함에 잠시 마음을 빼앗기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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