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이야기

풀꽃이야기 151 / 애기풀

풀빛세상 2012. 9. 30. 22:48

 

 

  

 

애기풀, 이름이 유난히 곱지요.

산과 들에는 애기라는 이름을 접두어로 븥인 풀꽃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애기물매화, 애기똥풀, 애기나팔꽃, 애기사과, 애기나리, 애기도라지.... 다들 참 작은 꽃들이지요.

그 중에서도 이름 자체가 애기풀이라고 하는 작은 풀꽃이 있습니다.

이름 자체가 애기풀이니 낮은 키에 앙증맞은 꽃송이를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풀, 그 치열한 경쟁이 있는 곳에 한 뼘 높이의 연약한 줄기를 위로 올려 태양을 바라보며, 쌀 한 톨 크기의 보라색이 고운 꽃송이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여기 있소, 날 좀 봐 주세요라는 당돌함을 느껴볼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길손들은 무심코 지나칠 뿐입니다. 워낙 작고 보잘 것 없는 꽃송이가 사람의 눈길을 머물게 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그 꽃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은 수풀을 뒤지면서 애써 찾아 만나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선택받음이란 무엇일까요? 

사진을 찍는다고 모두 작품이 될 수 없고, 작품으로 찍었다고 하더라도 모두 선택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선택됨이란 현상되어 액자에 걸리는 영광을 뜻하겠지요. 

때로는 작품으로 생각되지 않았던 것이 선택될 수도 있고, 나름대로 작품성을 가졌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선택되지 못하여 자기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선택되고 되지 못함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이 꽃은 특별히 아름다워, 이 꽃은 참 희귀한 것이야, 이 꽃은 특이성을 가지고 있어, 이 꽃은.... 

그네들 나름대로 특성이 있고, 정체성이 있겠지만, 모든 꽃을 선택할 수는 없겠지요.

 

무슨 말을 하냐고요?

회원전이 있어 몇 컷이 선택받아 액자에 걸리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찍는 이는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찍었다지만, 선택하는 분의 눈길은 달랐습니다.

많은 아름다운 풀꽃들 중에서 애기풀이 선택을 받았습니다.

의외의 결과였지요. 어, 이 작고 단순한 꽃이 선택되었네. 야~ 너 영광으로 알아라.

그러면서 속마음으로는 이런 생각이 슬몃 치솟아 올랐습니다.

그래, 애기풀아, 다른 많은 아름답고 희귀하고 특이한 꽃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작고, 가장 소박하고, 가장 단순한 네가 선택되었구나. 이번에 선택되지 않았더라면 너는 영원히 잊혀졌겠지. '나 여기에 있소'라고 하면서 존재를 드러내지도 못했을 것이야. 야~ 너 정말 잘 됐다. 축하한다. 

이 작은 풀꽃에 정말 진심어린 축하를 하게 됩니다.

어찌 생각하면 눈물겨운 축하의 말을 건네야 하겠지요.

 

인간사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군자란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마음이 고요해야 할 것이요, 누군가 알아주면 세상에 나가 최선을 다해 섬겨야 한다고 했던가요? 그렇지만 누군가 알아주지 않기 때문에 조바심을 내며 바둥거리는 것이 군자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보통 사람들인 우리들의 모습이겠지요. 고전은 이런 사람을 소인이라고 했던가요?

세상에는 뛰어난 사람, 빼어난 사람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모두가 다 선택되어 자기의 업을 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존재했었더라는 그 사실만으로 만족하며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선택되어짐이란 무엇일까요? 누가 선택할까요?

요즘같이 실용적인 세상에서는 자기를 드러내는 것도 능력이라고 하더군요.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도 선택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선택받지 못해도,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해도, 아~ 나는 행복해라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다가 어떤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예외적인 선택을 받게 된다면 정말 행복하겠지요.

잘난 것이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서 아무런 기대가 없었는데, 애기풀이 선택되어진 것과 같은 선택을 받을 수 있다면, 그래서 많은 이의 진심어린 축하를 받게 된다면, 이 또한 인생길에서 작은 보람이 되겠지요.

 

애기풀의 선택을 통해서 인간사의 선택받음이 때로는 우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보는 풀빛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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