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26 / 물매화

풀빛세상 2012. 11. 5. 10:31

 

 

 

 

점을 찍어 점이 되고

선을 그어 선이 되고

면을 그려 그림이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점을 찍어도 점이 되지 못했고

선을 그어도 선이 되지 못했고

면을 그려도 그림이 되지 못했습니다.

평범함에 대한 넉두리입니다.

 

풀숲의 물매화는 우리를 반겨 맞이해 주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맞이하듯이, 붕붕거리는 날개소리 풀벌레들에게 꿀샘을 허락하듯이, 찾아온 길손에게도 방긋 웃음으로 웃어주었습니다. 이럴 때 잠시라는 단어가 참으로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잠시 맞이하고요, 잠시 허락하고요, 잠시 웃어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영원을 생각하며, 영원을 붙들며, 영원을 묶어 보려고 집착하겠지만, 영원은 영원의 세계에 속한 것일뿐, 이 세상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잠시의 허무성, 영원의 불멸성, 이 두 영역의 틈바구니 속에 끼어 있는 인생입니다.

짧은 인생길, 그 속에서도 정점은 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풀숲의 물매화는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눈을 맑게 해 주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때는 언제였을까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지금 이 순간, 바로 지금 이 순간 순간에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노라고 할 때, 세상적 기준이 아니라 하늘 그분의 가치판단에 의해서 그의 아름다움은 영원성에 붙들리게 되겠지요. 점을 찍어 점이 되고,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들의 어우러짐으로 면이 되고, 그림이 되겠지요.

 

나와 하늘이 함께 그려가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잠시성에 충실하여 영원성과 연결되는 풀빛세상 아름다운 세상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지만 풀숲의 물매화는 영원이라는 단어마저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만난 풀숲의 물매화는 그 순간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네는 영원이 무엇인가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그 순간, 그 짧은 우연의 순간이 아름다웠고, 저는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