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23 / 고마리

풀빛세상 2012. 10. 18. 18:07

 

 

  

 

얕은 물이 졸졸거리는 시냇가 주변에는 가을의 꽃 고마리들이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너무 흔해서 귀하지 않은 풀꽃,

특별한 아름다움이 없기 때문에 눈길을 끌지 못하는 풀꽃,

아무리 무리지어 피어도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풀꽃,

그렇지만 그 자리에 없으면 뭔가 허전할 것 같은 풀꽃입니다.

그 꽃의 존재이유와 가치는 자리채움일까요?

 

 

오래 전 이야기이지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 초등학교에 다닐 때,

성적표를 받아든 부모는 웃으면서 다그쳤지요.

야, 누구는 일등하고 누구는 이등하고... 그런데 너희들은 뭐냐?

너희들도 좀 열심히 해서 성적을 올리면 안될까?

그러자 대뜸 한다는 소리, 모두가 일등하면 꼴찌는 누가 해요?

말문이 막힌 부모, 속으로 궁시렁거릴 수밖에 없었겠지요.

그래, 네놈들의 말이 말은 된다만 맞는 말은 아니구나.

너네들 좀 더 열심히 하라는 말인데.......

애들아, 인생은 길고 많은 일이 있을 터인데, 몸이라도 건강해야지.

무엇보다 마음이 건강해야 한단다. 밝게 자라거라.

 

 

인생이란 뭘까 곰곰 생각해 봅니다.

젊었을 때에는 뭔가 꽃피울 인생을 살리라는 목마름이 있었지요.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

인생의 고개마루에서 뒤를 돌아보면서 앞을 내다봅니다.

특별히 이룬 것도 없지만, 앞으로 특별하게 이룰 것이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제는 담담하게 살리라. 담백하게 살리라. 들판의 풀꽃들처럼 살리라.

여유부림과 게으럼을 혼동하지 않으면서 남은 세월을 성실하게 살아가리라.

저 흔한 고마리꽃도 그곳에 있음으로 세상이 한결 부드러워졌지 않느냐.

모두가 일등일 수 없고, 모두가 꼴등일 수도 없고, 저 풀꽃들에는 일등도 꼴등도 없다더라.

작은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다함께 어깨춤을 추면서 그렇게 살지 않았더냐.

 

흔한 고마리꽃들도 찾아서 살펴보면 숨겨놓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