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24 / 개망초꽃에 대해서

풀빛세상 2012. 11. 2. 19:37

 

  

 

너무 흔해서 귀한 줄 모르고,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아름다운 줄을 모르지만,

항상 그곳에 있어서 친근한 꽃, 망초, 개망초도 그런 풀꽃들 중에 하나입니다.

모두들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는데 잠시 발을 멈추고 이 꽃에 눈맞춤을 해 보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작고 소박하고 평범한 것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평범함이라는 잣대로 나와 닮은 꽃이라는 강한 동일시의 감정이 일어나기 때문일까요?

잠시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구도를 잡고, 초점을 맞추고, 짧은 시간이지만 엄숙성과 경건성을 경험하게 됩니다. 물론 그 짧은 순간이 지나면 풀꽃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게 될 것이요, 잊혀지게 될 것입니다. 마치 평범한 우리네 인생들처럼요.

 

망초, 개망초, 그 뜻은 망할 꽃, 개같이 망할 꽃, 이런 뜻이겠지요.

시국이 어수선한 시절, 나라가 망해가던 그 시절에 침략의 도구로 사용되었던 철길을 따라 하얀 꽃들이 늘어섰다고 하지요. 그 풀꽃을 처음 보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저절로 망할 것, 망할 꽃, 나라를 망치는 꽃이라는 말들이 튀어나왔다고 합니다.

한 번 굳어진 이름을 되돌리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낮은 소리로 계란꽃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봅니다.

 

꽃을 찾는 사람들은 예쁜 꽃, 귀한 꽃, 특이한 꽃, 그곳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꽃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하게 됩니다. 그런 꽃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게 되면 자신도 예쁜 인생, 귀한 인생, 특이한 인생이 되리라는 작은 소망이라도 품었기 때문일까요?

꽃을 찾아 담으면서도 가끔씩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나는 왜 이 꽃을 담는가? 이 꽃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작은 풀꽃 하나에도 지나치게 예민해진다면 사람들은 이것을 병이라고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