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27 / 산국

풀빛세상 2012. 11. 18. 16:37

 

 

 

시계도 표정이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시계점에 가면 모든 시계가 10시 10분에 멈추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시계도 10시 10분의 웃는 모습으로 있을 때 잘 팔리기 때문이지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아나운서의 맛깔스런 목소리에 '그래 맞아~'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가끔씩 혼잣말로 중얼거릴 때가 있습니다.

꽃들에게 물어 봐. 꽃들은 무엇이라고 말할까?

꽃들은 무엇이라고 말할까요?

복잡한 세상살이로 머리가 아플 때 꽃들은 무엇이라고 말할까요?

사람들이 꽃을 가까이 하려는 것은 꽃에게서 뭔가를 엿듣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바닷가 오름(제주의 기생화산) 꼭지점에 노란 산국이 피었습니다.

어찌 저곳에, 저렇게 메마르고 삭막한 곳에 뿌리를 내렸을까요? 

무슨 힘과 용기로 물 한 방울 머물지 못하는 저곳에 꽃을 피웠을까요?

너무 힘들지 않았을까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지요. 새가 운다.

그렇지만 꽃들에게는 이렇게 말한답니다. 방글방글  웃는다.

마음이 메마르고 지칠 때, 꽃들에게 물어 보세요. 꽃들은 무엇이라고 말할까요?

아무리 삭막한 세상이라도 아직은 살만하고, 

아직도 이 세상에는 꽃들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하는 걸까요.

그날 저는 메마름, 삭막함, 짠물을 머금은 세찬 바람을 견디며 방글거리는 꽃을 보았습니다.

그날 아침 꽃들의 세상은 참 아름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