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22 / 가을에 피는 별꽃

풀빛세상 2012. 10. 12. 23:18

 

  

 

'겨울로 가는 마차'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까마득히 옛날에 상영되었던 영화이니 보았는지 보지 않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단지 영화의 제목만은 아직까지도 기억 속에서 맴돌고 있는 것은, 그 당시가 대학생 시절이었기 때문일 것이요, 무엇보다 영화의 제목이 특이하기 때문이겠지요. 

'겨울로 가는 마차' 마치 선문답 속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깊어 가는 가을의 들판에서 봄에 피는 별꽃을 보았습니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피어나는 철없는 녀석들이려니 생각하게 됩니다만, 이것들도 들꽃이요 야생화이니 정성을 다해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그네들에게 봄과 가을의 구분이 필요할까요?

적당한 수분과 따뜻한 태양빛 그리고 적절한 기온이 잠들어 있는 씨앗을 일깨워 일으켰을 것이요, 그네들은 아~ 탄성을 발하면서 '세상은 참 아름다워' 하는 듯 작은 몸짓으로 기지개를 켰겠지요. 단 차이가 있다면 나날이 따스해졌던 봄날과는 달리 하루 하루 추워지는 날씨에 오돌오돌 떨며 급한 마음으로 씨앗맺기를 시작해야겠지요.

 

봄날의 들판에서 흔하게 피는 꽃이지만 제가 유난히 좋아하는 풀꽃들 중의 하나입니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철없이 피어난 작은 꽃송이들이기에 안쓰러운 마음도 들지만, 그네들의 작은 몸짓과 환한 웃음에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밝아졌으면 좋겠다는 작고 작은 소망으로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세상이 추워요. 나날이 더 추워져가는 인간세상에서 그네들의 작지만 환한 웃음소리가 우리들의 마음을 조금은 들뜨게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조용히 되뇌어 봅니다. 하늘에는 별이 있고, 땅에는 꽃이 있고, 세상에는 사랑이 있고, 그리고 내 마음 속에는 별꽃이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