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의 짧은 이야기

짧은 이야기 20 / 가시엉겅퀴

풀빛세상 2012. 10. 3. 11:11

  

  

 

나에게는 가시가 있어요.

가까이 오지 마세요. 찔리면 아프거든요.

찔려서 아파하는 그대를 곁눈질로 보는 나는 더 아프답니다.

그럴수록 마음 단단히 먹고 가시를 날카롭게 세워야 하겠지요.

 

이 세상에는 나의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마저 받아줄 수 있는 세 존재가 있답니다.

첫째는 어머니요, 둘째는 아내요, 셋째는 하늘에 있는 그분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가시마저 웃음과 사랑으로 받아 주었습니다.

그것이 부모됨의 운명이려니 하면서요.

아내는 잘도 참아 주었습니다.

살아온 세월만큼 많이 아플 것도 같은데,

지금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편의 등을 도닥거려 주네요.

하늘에 있는 그분, 사랑으로 이 세상에 왔다지만,

내 속에 숨어있는 그 사람들은 가시로 관을 만들고 커다란 대못으로 그분을 못박아 버립니다.

그럴지라도 참아 주시며 기다려 주시는 그분 앞에서 얼굴이 붉어질 뿐입니다.

 

남쪽나라에는 가시가 유난히 날카로운 가시엉겅퀴와 바늘엉겅퀴가 있답니다.